“코로나 없애겠다”던 뉴질랜드… 델타 변이에 두 손 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목표로 강력한 거리 두기 정책을 펴 온 뉴질랜드가 이 같은 방역 노선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월등히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봉쇄의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간 미뤄 뒀던 백신 접종부터 서두르기로 했는데, 확보한 물량이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뉴질랜드에서 최근 들어 봉쇄 완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주 기자회견부터 “아무도 봉쇄를 영원히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그건 정부의 의도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거리 두기’ 중심의 방역 노선을 변경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방역 정책 재정비에 나선 건 역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델타 변이 탓이다. 지난해 3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뉴질랜드는 강력한 국경 폐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했고, 한 달 만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간간이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하루 10명 이하 수준에 그쳤다. 손꼽히는 방역 모범국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가 퍼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17일 첫 델타 변이 확진자 발생 후 이때까지 약 700명가량이 감염됐다. 일일 확진자 수도 80명대로, 펜데믹(대유행) 초기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아던 총리 역시 “델타 변이가 게임을 바꿨다”며 봉쇄 효과 저하를 인정했다. 비슷한 방역 정책을 폈던 이웃나라 호주도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델타 변이 첫 감염 이후 두 달간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하루 확진자는 1,356명에 달했다. 봉쇄가 시작된 6월 말(약 40명)의 3배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결국 뉴질랜드 정부는 그간 후순위로 미뤄 뒀던 ‘백신 접종’부터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자국의 방역 정책 효과를 자신한 결과, 백신 물량 확보에는 큰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다. 아던 총리는 최근 “화이자에서 추가 물량을 공급받지 않는다면 접종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45%의 뉴질랜드 국민이 1차 접종을 완료했고, 2차 접종까지 비율은 25% 미만이다. 국민당(야당) 소속인 크리스토퍼 비숍 의원은 NYT에 “델타 변이를 대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봉쇄 효과를 과대평가한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