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은 뉴질랜드…청년들, 데이팅앱서 ‘부동산 동반자’ 찾아
주택 가격이 한 해 20% 이상씩 뛰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집없는 청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계약 연애나 결혼을 제안하는 사례까지 관측되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팅앱 ‘틴더(Tinder)’가 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앱의 뉴질랜드 이용자 중 자신의 프로필에 ‘집을 함께 살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취지를 밝힌 이용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이용자들의 소개글은 장난스러운 것에서부터 단도직입적인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 이용자는 “은행에서 내게 ‘차라리 집을 살 파트너를 찾는게 낫겠다’고 얘기했다”는 사연을 전했고, 또다른 이용자는 “소득합계 18만 뉴질랜드달러의 부부에게 적용되는 ‘키위빌드’(뉴질랜드의 주택특별공급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득을 합칠 분을 찾는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풍경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당면한 주거 근심을 보여준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주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코로나19나 다른 쟁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분석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의 전국 평균 집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오른 90만6532뉴질랜드달러(약 7억4713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뉴질랜드 평균 연봉의 3.2배가 넘는 금액이다.
뉴질랜드의 주택가격 위기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1년간 크게 악화됐다. 주택 보유율은 7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공급 부족과 초저금리,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세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집을 구하려는 이들은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연인이나 친구들이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사는가 하면, 매물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가가호호 뿌리는 사례도 관측되고 있다. 주택이 경매로 나오면 고가의 가격 제안과 함께, 가족사진까지 넣어가며 수십통씩 편지를 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민들은 임시방편으로 컨테이너, 텐트, 자동차 등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친구나 가족 소유의 땅 한 켠에 작은 이동식 주택을 설치하는 경우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