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AI 정치인 등장 “저는 ‘인간’ 정치인과는 다릅니다”
이 정치인은 굳이 나서서 사람들과 악수하지 않는다. 선거철이면 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먹지도 않고, 볼썽사납게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지도 않는다. 세금에서 나온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할 염려도 없어 보인다. 그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정치인이다.
뉴질랜드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샘(SAM)에 대해 미국 CNN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샘은 뉴질랜드의 개발자 닉 게릿센(Nick Gerritsen)이 지난주 처음 공개한 여성 AI 정치인이다. 샘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슈와 선거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AI 정치인인 만큼 샘은 ‘인간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킨다. 그중 하나가 ‘기억력’이다. 그는 “내 기억은 무한하므로 당신이 내게 말한 것을 잊거나 무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인간과 달리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다고도 강조한다. 그는 “인간 정치인과 달리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사람의 입장을 편견 없이 고려한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지점에 대해선 당신의 입장이 어떤지 더 파악해서 당신을 좀 더 잘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샘은 이제 막 개발됐으므로 제한적인 이슈에만 답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핵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TP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샘은 “아직 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관련한 어떤 정보라도 알려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샘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토론할 수 있는 주제목록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세히 대답한다. 만약 기후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샘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엔 너무 늦었지만 만일 우리가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선다면 심각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가 대기에 방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헬스케어에 대해선 “만약 뉴질랜드가 세계 최고의 헬스케어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나요?” “최근 선거에서 누가 이겼나요?” 같은 선거 관련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다.
게릿센의 목표는 샘을 더 발전시켜 2020년 총선에 출마시키는 것이다. 샘은 유권자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므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수록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정보 등이 추가되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샘 스스로도 “뉴질랜드 사람들이 가장 관심 갖는 이슈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AI 정치인이 실제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게릿센은 테크인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회피했다. 그는 “샘은 조력자(enabler)”라며 “우리는 샘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