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에… 뉴질랜드 홈리스 문제로 몸살
“자동차 한 대만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동안은 지낼 수 있을 텐데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시에 살고 있는 조셉 타카랑기(36)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거주할 집이 없는 그는 노숙자, 이른바 ‘홈리스(homelessness)’ 생활을 하고 있다.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이달 들어 겨울에 접어든 관계로 매일 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녀야 하는 신세다. 타카랑기는 “가장 최근 일자리는 벌이가 시원찮았다”며 “그래서 3년 반 전에 마약 판매 일을 시작했는데, 그 일을 끊고 나자마자 홈리스가 돼 버렸다”고 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은 지상낙원으로 손꼽히는 뉴질랜드의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적 그늘이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NYT는 22일 끝없이 치솟는 주택 가격 탓에 뉴질랜드의 노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라고 소개했다. 또 지난달 정부가 7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 상황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홈리스는 전체 인구(450만여명)의 1% 정도인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OECD 평균(0.2% 내외)은 물론이고 OECD 회원국 중 뉴질랜드 다음으로 열악한 체코(0.65%)보다도 월등히 높다. 특히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경우, 소득 대비 집값이 최고 수준이어서 주택구매력이 가장 낮은 세계 10대 도시에 속한다. 필 트위포드 주택부 장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붕괴한 이후, 물가는 2배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집값 문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중도좌파 성향의 현 정부가 1억 뉴질랜드달러(756억여원)를 투입한 긴급 주택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책은 한 달 내 모든 노숙자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공ㆍ저비용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주택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방향은 옳지만, 근본적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주택 경제학자인 샤무빌 이쿼브는 “1980년대 자유시장주의 원리에 따라 공공주택 건설을 중단한 탓에 수십년 동안 주택이 충분히 지어지지 못했다”며 “수천 명이 공공주택을 수개월~수년 동안 기다려야만 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노력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2016년 중반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회당 건물이었던 ‘테푸이아 마라에(Te Puea Marae)’를 노숙자 쉼터로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오클랜드 시정부도 시행 3년차에 들어간 이 곳을 긴급주택공급자로 지정하고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홈리스 출신으로 입소했다가 지금은 이 곳에서 주택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 한 여성은 NYT에 “(노숙 생활을 하는) 가족을 집에 데려갈 수 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