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수유·면역 때문에” 뉴질랜드 총리, 당일치기 국제회의 참석 결정
총리 임기 중 딸을 낳고 출산휴가까지 사용하며 주목받았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1주 된 딸의 수유와 면역 문제로 당일치기로 국제 회의에 참석한다고 4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태평양제도포럼(PIF)에 참석하기 위해 5일 나우루로 향한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PIF에는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아던 총리는 정상회의가 있는 5일 하루만 포럼에 간다.
아던 총리가 당일치기 회의 참석을 결정한 이유는 11주 된 딸 니브의 수유와 면역 문제 때문이다. 딸 니브가 너무 어려 나우루를 방문할 때 필요한 면역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는 회의를 놓치지 않으면서 3일간 딸과 떨어져 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피터스 부총리와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 에어포스 보잉757기는 나우루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마샬군도에서 5일 귀국 시까지 대기하지 않고 같은 날 오전 뉴질랜드로 돌아와 아던 총리를 태우고 다시 나우루로 향할 예정이다. 이 비행에 드는 비용은 최대 10만 뉴질랜드달러(약 7360만원)에서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연료비용만 8만 달러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일치기 포럼 방문과 관련한 의문에 대해 아던 총리는 기자들에게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선택지는 아예 회의를 참석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태평양을 둘러싼 관계를 올리는 중요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비용을 검토한 뒤 총리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하루동안 다녀올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랜트 로버슨 재무장관은 아던 총리가 포럼에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없으며 그가 우리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한다”고 말했다. 로버슨 장관은 “그런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막대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총리가 이를 결정했고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뉴질랜드 일각에서는 비판론도 나온다. TV쇼인 AM쇼 진행자 던컨 가너는 “부총리에 일임하고 혼자 가게끔 해야했다”면서 “그가 돌아와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헤럴드 칼럼니스트 배리 소퍼는 스콧 모리슨 신임 호주 총리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아던 총리가 아이 때문에 회의에 불참했더라도 태평양 지도자들은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번 상황에 대해 딸이 너무 어려서 생긴 특이한 경우라면서 “다시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달 말 열리는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 출산휴가 후 복귀하는 자리에서 그는 유엔 총회에 딸 니브와 육아를 전담하는 배우자 클라크 게이포드를 대동하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