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ㆍ완나우…” 원주민 마오리족 언어, 뉴질랜드서 르네상스
마오리어 영화 등 만원 사례… 구글도 마오리어 웹사이트 열어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인 마오리어(te reoㆍ티 리오)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마오리어를 백인문화에 대한 대항문화이자 뉴질랜드의 유산으로 보존하려 했던 운동가들의 끈질기 노력과 뒤늦게 그 가치를 인식한 정부의 마오리어 육성 의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72만명에 달하는 뉴질랜드 내 마오리족은 전체 인구(490만명)의 15%정도로,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마오리어 사용은 바야흐로 뉴질랜드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할 때‘키아(kiaㆍ안녕)’라고 인사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팔로어를 ‘완나우(whanauㆍ가족)’ 같은 마오리어로 부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마오리어 강좌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중문화에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3인조 마오리족 헤비메탈 밴드인 에일리언웨폰리가 올해 6월 마오리어로 부른 새 앨범 ‘투(Tu)’는 뉴질랜드 차트 정상을 밟았다. 앞서 지난해에도 마오리 그룹 마이모아 뮤직의 노래 ‘와이루아’가 유튜브에서 550만번 이상 조회되면서 연간 최다 조회 기록을 세웠다. 마오리어의 침투는 음악뿐이 아니다. 월트디즈니사는 지난해 12월 폴리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마오리어판을 상영했는데 뉴질랜드 전역에서 만원사례를 이뤘다. 구글도 마오리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마오리어의 부흥은 백인과 원주민이 공존하는 다른 나라에도 원주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클랜드 공과대의 마오리문화 연구자 엘라 헨리는 NYT에 “캐나다가 최근 뉴질랜드의 마오리어 진흥정책과 마오리족 지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오리어에 대한 폭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음으로 양으로 백인 주류층이 마오리어 사용에 제약을 가했던 탓에 마오리어 능통자는 충분하지 않다. 2013년 기준으로 마오리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인구의 3.7% 수준. 마오리족 중에도 유창하게 마오리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20%를 조금 넘는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을 통해 집권한 노동당은 마오리어가 영어와 함께 공용어(公用語)라는 점, 문화 다양성 확대 등을 위해 마오리어 활성화 정책에 팔을 걷어붙였다. 선봉장은 저신다 아던 총리. 아던 총리는 지난 2월 뉴질랜드의 날 기념식에 49초 동안 마오리어로 연설을 했으며 6월 출산한 딸 니브의 중간이름으로 마오리어인‘티 아로하(Te Arohaㆍ사랑)’를 붙여주기도 했다. 지난 4월 영국 버킹엄궁을 방문했을 때는 마오리어로 건배 제의를 하기도 했다. 아던 정부는 교사 수급이 어렵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040년까지 기초 레벨의 마오리어 사용이 가능한 인구를 1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물론 이 같은 마오리어 르네상스에 마냥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게 아니다. 백인에 비해 높은 마오리족의 체포비율, 수감률 등 은연 중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마오리어 상용을 강조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다. 마오리족 여성과 결혼한 라디오 진행자 기욘 에스파이너(백인)는 “내가 마오리어를 사용하면 일부 사람(백인)들이 횡설수설한다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면서 “자신들이 마오리어, 마오리 문화를 차별했던, 잊고 싶은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오리족 여성 케시 피젤(75)은 “어렸을 때 마오리어를 쓴다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학대를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면서도 “이제 손녀들이 마오리어를 배우겠다는데 내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