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 1편 –
‘나에겐 보금자리’ 소니의 이야기
오클랜드시의회(Auckland Council)는 노숙자 규모 파악을 위해 오클랜드 홈리스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Stuff 취재진은 시의회가 노숙자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시내 중심부에 나가 사회 소외 계층인 홈리스들을 만나봤다.
소니(Sonny)는 정확히 ‘다리 밑’이라기보다는 다리 밑 속에서 살고 있다.
그가 사는 다리 밑 속에 들어가 보니 노숙자 치고는 호화로운 매트리스가 깔려있다. 여기저기 뻗어있는 파이프를 담요로 덮어 방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 노력한 모습이다.
나름 화장실, 거실, 침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고, 옆에 쥐구멍에는 큰 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가끔 먹이를 주기도 해요.” 소니가 말한다. “길들여지지는 않지만 붙임성 있게 굴 때도 있습니다.”
한낮에도 이 곳은 칠흑 같은 어두움에 차 있다.
겨우 손전등 빛이 양모로 덮인 데크 의자와 캠프용 스토브로 된 주방을 비추고 있다.
얼룩말 무늬 침대보 위에는 포르노 잡지에서 뜯은 사진들이 흩어져 있다.
바닥은 깨끗하게 쓸어놓은 상태였고 옛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천장 파이프들에는 옷가지가 걸려 있다.
파이프 위에 놓여진 사자 인형은 마치 이곳에서 생활하는 쥐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소니를 포함한 3명의 노숙자는 이곳에서 쓰레기통을 욕조로 사용하고 있다. 똑 똑 떨어지는 물을 겨우 받아 채워진 쓰레기통에 몸을 담근다.
직접 만든 변기 ©STUFF
이들이 만든 최고의 걸작은 바로 화장실이다.
수직 콘크리트 파이프 위에 변기 시트와 뚜껑을 올려 변기를 만들었다.
소니는 지난 4년간 이것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이들의 다리 밑 보금자리는 강한 소변 냄새로 가득하다.
다시는 사망이 없을지니
쥐와 노숙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오클랜드 다리 밑 ©STUFF
40세 소니는 ‘100 per cent Cook Island(100퍼센트 쿡 아일랜드)’라는 문신과 ‘Southside(남부)’라는 문신을 목과 팔뚝에 새겨놓았다. 경찰견을 죽인 혐의로 5년 6개월을 복역한 그는 지난 2014년 파레모레모(Paremoremo) 오클랜드 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줄곧 노숙 생활을 해왔다.
소니와 함께 사는 노숙자들은 다리 밑을 보금자리로 꾸며놓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무나 와서 술 마시고 더럽히는 것을 원치 않는 깨끗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클랜드 시내 마이어스 공원(Myers Park)에서 노숙을 하던 소니를 자신들의 룸메이트로 받아들일지 고심 끝에 결정했다. 다리 밑에서 함께 살 만한 사람인지 오랜 시간 지켜본 결과 소니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한 것은 아니다.
오클랜드 남부 망게레(Mangere)의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사춘기 시절 나쁜 사람들과 어울렸다.
“마약도 하고 술도 마시고 조폭들과 어울려서 교도소를 들락날락거렸어요.” 소니는 겨자색 팔걸이의자에 앉아 이야기했다.
“교도소가 집이나 마찬가지였죠. 삼시 세끼를 먹여주고 탁구도 치고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교도관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겨울에 지낼 곳이 없으니까 일부러 죄를 짓고 다시 교도소에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니는 이제 교도소 생활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나님을 믿고 거듭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4년 동안 소니가 생활해온 오클랜드 다리 밑 보금자리 ©STUFF
소니는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간 술과 마약을 끊고 이제 성경을 읽고 있다.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은 외우기도 한다.
기자가 얼굴에 있는 문신에 대해 묻자, 그는 요한계시록 21장 4절 말씀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소니의 오른쪽 눈 밑에는 작은 눈물 모양의 문신이 있다. 교도소에서 인기 있는 문신이란다. 각자 의미도 다양하다. 소니는 2009년 아버지를 잃은 후 이 문신을 새겼다.
그는 얼굴에 이 문신이 없었다면 직장과 집을 구하기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남자라서 어려운 점도 있다. 하우징뉴질랜드(Housing New Zealand)에 주택 지원 신청을 해놓은 상태지만, 집이 없는 여성과 아이들을 우선으로 하는 규정 때문에 그에게 순서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원본 기사: Stuff
https://www.stuff.co.nz/auckland/105559569/bridge-dwellers-a-homemade-toilet-and-semipet-r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