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헤럴드 집중 취재]
베이오브아일랜즈의 단월드 1부
2 년 전, 케리케리(Kerikeri)에서는 한국의 사이비 종교로 알려진 단월드/단요가 창시자 이승헌 교주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해 이곳에서 1억 명의 추종자를 모집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뉴질랜드 헤럴드 기자가 ‘일지 리’로 불리는 이승헌 교주의 지구인마을(Earth Village) 건립 계획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집중 취재했다.
케리케리 서쪽 숲에는 이승헌 교주의 전신 사진이 담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깊은 숲 속에 세워진 흰 머리, 흰 옷의 입간판은 마치 유령을 연상케 한다. 이 교주는 자신이 창시한 단요가와 책, 뇌 훈련법 등으로 거액을 벌어들여 롤링 스(Rolling Stone) 잡지의 커버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승헌 교주는 뉴질랜드 베이오브아일랜즈(Bay of Islands)의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가 구입한 부동산은 케리케리의 호화 주택 4채, 156 헥타르의 숲, 25 헥타르의 황가로아하버(Whangaroa Harbor) 해안 주택, 파이히아(Paihia) 근처의 호텔 및 캠프장으로 구성된 하루루폴스 관광단지(Haruru Falls Panorama Resort) 등이다.
68세 이 교주는 노스랜드(Northland) 신문에까지 지구인마을 건립 계획을 광고했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케리케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수수께끼다.
현지 주민들은 이 교주가 지구시민연합(ECO) 본부를 케리케리에 건설하여 1억 명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에 불안한 기색을 나타냈다. 관계당국의 승인 절차가 지구인마을 개발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 교주의 불만 섞인 유튜브 영상은 현지 환경국 관계자들에게 그가 거친 방식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국적인 그가 해외투자청(Overseas Investment Office) 허가 없이도 많은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치 않았지만 이후, 이 교주가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하여 허가가 필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글 검색에서는 이 교주가 단요가를 창시했지만 현재는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미국에서 소송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또 추종자들의 강압적인 회원 모집 방식은 케리케리 주민들의 경계심을 유발하고 있다.
케리케리의 명상투어 숲 길 입구에 세워진 이승헌 교주 전신 입간판 ©NZ Herald
헤럴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2년이 지난 지금도 풍가에레로드(Pungaere Rd)의 지구인마을 및 지구시민연합 본부 건설 계획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의회의 규정에 의해 진전 속도는 매우 느리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 교주의 대변인 황예원 씨는 헤럴드 기자에게 건설 현장을 안내했다. 황예원 씨는 한국에서 안과 의사 준비를 하던 중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 애리조나(Arizona)에 있는 지구시민 센터에서 10년간 일하다 뉴질랜드로 와서 이 교주의 통역사이자 그의 관광사업인 명상투어(Meditation Tours)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케리케리의 릴리 죠지(Lily George)와 함께 지구시민기구 NZ 자선재단(Earth Citizen Organisation NZ Charitable Trust) 이사를 맡고 있다.
이 교주는 지역 규정 상 156개로 제한된 풍게레로드 부지에 360개의 2인실 숙소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이곳은 포장 도로 공사를 마치고 소나무 벌채와 약 30채의 숙소를 지었다. 토공 관련 승인 절차로 인해 또 다른 지체가 예상되면서 이미 만들어진 객실(오두막집)은 임시 부지에서 대기 중이다.
“한국에서는 승인 절차가 간략해서 건설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객실을 먼저 만들어 놓았습니다. 뉴질랜드 법을 잘 몰라서 3년 만에 완공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황예원 씨는 뉴질랜드 공기관의 느린 처리 속도가 답답하긴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절차 때문에 청정자연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관계당국의 건설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대기 중인 지구인마을 객실들 ©NZ Herald
“천천히 하는 법을 배워서 키위가 되려 하고 있다, 100% 규정을 준수할 계획이다”라고 주장한 황예원 씨는 지구인마을 건설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지구인마을은 자연과 인간이 연결되는 것을 취지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오두막집과 태양열 에너지, 목욕탕, 운동장만으로 작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기숙사도 지을 계획입니다.”
황예원 씨는 지구인마을이 2020년에 문을 열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녀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최대 1년 간 이곳에 머물면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생활법과 리더십 훈련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인마을 중 천연 숲 산책길은 이미 완공된 상태다. 이는 전체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이 숲 길은 휘파람새와 뻐꾸기 울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뉴질랜드인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이지만 한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의 아름다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숲 길에는 나무 계단과 명상 단상이 설치된 산책로가 수백 미터 뻗어 있다. “더웨이오브뉴라이프(The Way of New Life)’라는 간판으로 시작되는 숲 길에는 천국과 땅 사이’, ‘심장을 뛰게 하는 꿈’ 등 이 교주의 저서에서 따온 한글과 영문 간판이 간간히 걸려 있다.
숲 길을 걷다 보면 인간은 120살까지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이 교주 저서를 연상시키는 120개의 나무 계단이 등장한다.
단월드 명상투어의 숲 길 산책 코스를 안내하는 이 교주의 대변인 황예원 ©NZ Herald
“계단은 지금까지 산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꿈꿔보라고 만든 것입니다.” 황예원 씨는 말했다.
”카우리 나무의 수명과 인간의 수명을 비교해 봄으로써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고 삶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일지 리]는 전 세계인들이 뉴질랜드 숲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이 숲 길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황예원 씨는 주장했다.
숲 산책은 명상투어 그룹이 기공(태극권과 비슷한 운동, 호흡 및 명상 훈련)과 명상을 하는 여행 코스이다.
황예원 씨는 한국에서는 보통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리는 건물 옥상에서 숲을 상상하며 명상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단월드는 지구인마을이 비영리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교주는 분명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2부에서 계속
번역: 원처치
원본 기사: NZ Herald
https://www.nzherald.co.nz/nz/news/article.cfm?c_id=1&objectid=12197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