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죽이고도 표정 안 변해”…뉴질랜드 테러범에 ‘정신감정’ 명령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로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호주인 테러범이 5일 법원에서 정신감정 명령을 받았다. 테러범이 계속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정신 상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고등법원은 이날 호주인 총격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에게 2명의 전문가에게 정신감정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앞서 변호인단이 태런트가 재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캐머런 맨더 판사는 “정신감정은 지금 시점에서 거쳐야 할 통상적인 조치”라고 했다.
이날 재판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재판부와 태런트의 변호인단, 희생자 가족과 취재진만이 법정에 있었다. 태런트는 법정 한켠에 마련된 TV 화면에 회색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로 등장했다. 그는 구치소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의 말을 경청했다. 관중석에는 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온 테러 희생자도 있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태런트는 50명을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얼굴에서 아무런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태런트는 살인 혐의 50개와 살인미수 혐의 39개 등 모두 89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극우 인종주의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2곳을 총격으로 공격했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생중계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당시 테러 용의자 4명을 체포했으나 태런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태런트를 다음 재판일인 6월 14일까지 계속해서 구금하고 그에게 탄원을 제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태런트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북섬 오클랜드 구치소에 수용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