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美서 종교 증오범죄… 총격범 “뉴질랜드 테러서 영감”
유대교회당서 소총 쏴 1명 사망… 범행 1시간前 극우사이트에 글
“이슬람사원 테러 보고 계획 세워… 우리 종족 파괴 유대인 더 죽일것”
지난달 15일 뉴질랜드(이슬람 신자), 이달 21일 스리랑카(기독교 신자)에 이어 27일 미국에서도 특정 종교 신자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유대교 신자를 노린 이번 미국 테러에서 용의자가 사건 직전 온라인에 ‘뉴질랜드 총격범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모방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 CNN 등이 28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 존 어니스트(19)는 27일 오전 11시 30분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웨이시의 차바드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 들어가 약 100명의 신자들을 향해 AR-15 종류의 소총을 발사했다. 이날은 구약시대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의 마지막 날이었다. 11명이 숨진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후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어니스트의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그의 소총이 중간에 고장 나는 바람에 더 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차를 타고 도망갔으나 경찰에 자수했다.
CNN에 따르면 유일한 사망자인 여성 신도 로리 케이(60)는 어니스트가 랍비를 향해 총을 쏘자 그 사이에 뛰어들어 대신 총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인 케이의 남편은 회당 밖에 있다가 총소리를 듣고 바닥에 쓰러진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는 이 환자가 자신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절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어니스트는 지난달 50명이 희생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인 호주 출신 백인 남성 브렌턴 태런트(29)로부터 영감을 받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어니스트로 추정되는 인물은 범행 1시간 전 극우 성향 웹사이트 ‘8chan’에 글을 올렸다. 그는 “태런트의 희생을 본 후 ‘내가 나의 종족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4주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런트 외에도 아돌프 히틀러, 피츠버그 총격범 로버트 바워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도 주장했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추정되는 어니스트는 이 글에서 반(反)유대주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유대인은 우리 종족을 파괴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내가 저지른 짓을 후회하진 않는다. 단지 (유대인을) 더 죽이길 희망할 뿐”이라고 했다.
이런 ‘증오 범죄’가 되풀이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몇몇 비평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 및 라틴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접한 백인 국수주의자들이 특정 인종 및 종교 신도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밀입국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을 중단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가 10배 늘었다. (미국-멕시코 국경이) 마치 디즈니랜드처럼 됐다”며 자신의 반난민 정책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