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5개언론사 “모스크테러범 재판 신중보도” 합의
“백인우월주의 홍보의 플랫폼 안될 것”
뉴질랜드 국영방송 등 5개 언론사들이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범 브렌튼 태런트의 재판을 보도하기는 하되, 피고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언론이 극우 백인우월주의자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돼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이다. 태런트는 지난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2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5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5개 언론사들은 오는 6월 14일 열리는 태런트 재판을 앞두고 그의 주장과 신념을 노출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공동 협약서에 자진 서명했다. 여기에는 국영 라디오뉴질랜드(RNZ), TV뉴질랜드(TVNZ), 미디어웍스, 스터프 등이 참여했다.
뉴질랜드에서 특정 사건 또는 재판 보도에 있어 언론사들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합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개사는 협약서에서 “우리는 선임기자를 투입해 재판을 보도하며, (백인)우월주의 또는 테러 이념에 대한 보도를 제한하고, 피고의 마니페스토(선언문)를 인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나치식 경례 및 손 신호 등 관련 이미지, 상징 등을 방송하거나 지면에 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런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범행을 생중계했으며, 페이스북 측이 차단하기 전 동영상 일부가 인터넷 상에서 확산됐었다.
RNZ의 폴 톰슨 보도국장은 “(태런트) 재판을 보도함에 있어 우리가 얼마나 책임감있고 엄격한지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증오발언, 증오이념을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되거나, 누군가의 게임에 담보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 언론들은 뉴질랜드 국내언론들처럼 (재판보도에)자제하지는 않을 것이며, 소셜미디어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이번 합의가 다른 언론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