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뉴질랜드 체류비용 등 배척한 원심 파기환송
대법 “패키지여행 사고로 해외서 치료..여행사가 체류비·후송비·통신비도 부담“
해외 패키지여행 중 여행사 측 과실로 사고를 입어 부득이하게 현지에서 일정기간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았다면 여행사 측이 치료비 뿐만 아니라 체류비와 국내 후송비, 사고처리 과정에서 지출된 통신비까지 여행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지 교통사고 후 발작증세로 입원 치료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황모씨가 ㈜노랑풍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황씨는 2016년 3월 노랑풍선과 ‘호주-뉴질랜드남북섬 10일’ 패키지여행계약을 체결, 어머니 김모씨와 여행을 떠났다. 여행도중 황씨를 태운 25인승 투어버스가 뉴질랜드 지역 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접촉사고가 났고, 두 차량 운전자는 보험사 신고 대신 각자 훼손된 부분을 해결하기로 하면서 사고처리가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후 황씨는 투어버스와 공항에서 발작을 일으켜 현지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4월 해외환자이송업체를 통해 한국 의료진 파견 하에 귀국했다. 황씨 측은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치료받은 전력이 없는데 교통사고 당시 투어버스가 급정차하면서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혀 충격을 받은 후 정신건강이 이상해져 ‘기타 급성 정신병장애, 급성 스트레스반응’의 진단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600여만원의 뉴질랜드에서 치료·체류비와 한국으로의 환자후송비용 2700여만원, 귀국 후 치료비 등을 합한 총 5400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5400여만원에 황씨가 가입 보험사에게서 받은 653만원의 보험금을 공제한 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여행사가 안전배려 의무 위반..제반비용 부담
1심은 “사고 후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뉴질랜드 현지 병원 입원 당시 뇌 손상 등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여행사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황씨가 현지 교통사고에 따른 머리 부위 충격으로 정신병장애를 입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여행계약상 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노랑풍선은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다만 비교적 경미한 접촉사고였고, 황씨 이외 다른 여행자들은 별다른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점, 황씨의 기질적인 요인이 손해 발생 및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여행사 측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2068만원(손해인정액)의 20%인 413만원을 황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황씨 측이 사고로 한국에 있는 부친과 국제전화를 하거나 귀국 후 사고관련 국제전화를 한 42만원의 비용과 국내 환자 후송비용, 뉴질랜드 체류비용 등은 손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행자가 여행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국내로의 귀환운송의무가 예정돼 있다”며 “황씨 측이 지출한 국내 후송비는 여행업자인의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라고 볼 수 있고, 황씨의 해외치료와 국내 귀환과정 또는 사고 처리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제전화요금 등의 비용 또한 통상손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