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발언 여과 없는 보도 안돼’…뉴질랜드 언론, 자제 합의
총격범이 언론에 공개되는 기회를 활용해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의도적 행동을 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언론들이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뉴질랜드 언론은 총격 사건의 피고인인 28살 브렌턴 태런트가 법정에 출석할 때 백인 우월주의 이념과 관련된 보도를 제한하기로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이들 언론은 태런트의 말이나 제스처, 범행 동기를 기술한 74쪽의 성명을 두드러지게 하는 언급 등에 이런 제한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국영방송인 라디오 뉴질랜드와 텔레비전 뉴질랜드, TV 네트워크 사업자인 미디어웍스, 인터넷 매체 스터프, 뉴질랜드 최대 신문인 뉴질랜드 헤럴드 등 5개 주요 언론사의 편집자가 이같이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오픈 저스티스(open justice)와 양립하는 한 백인 우월주의나 테러리스트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에 대한 어떤 보도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픈 저스티스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소송 절차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보통법의 원칙을 의미합니다.
한국 헌법은 109조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한다고 규정하되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때 등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의 합의는 태런트가 법정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의 이데올로기 확산을 시도할 것이라는 검찰의 우려 표명 후에 이뤄졌습니다.
실제로 태런트는 처음 법원에 출석하던 날 백인 우월주의를 흔히 연상시키기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사건 당시엔 범행 장면을 17분간 페이스북으로 중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영상물을 공유·시청하는 행위는 뉴질랜드 법으로 금지됐습니다.
태런트는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사원 2곳에서 총을 쏴 50명을 살해하고 39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태런트는 법원 명령에 따라 정신감정을 받고 있고, 다음 달 법원에 다시 출석합니다.
이런 가운데 총격 사건 때 부상해 치료를 받던 40대 터키 남성이 숨지면서 희생자는 모두 51명으로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