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빛볼까…뉴질랜드, 2010년 ‘광산 참사’ 시신 수습 착수
29명 숨진 광산 재진입 작업 개시…아던 총리 “상직적 순간”
뉴질랜드 정부가 약 9년 전 파이크 리버 광산 폭발 참사 때 숨진 광부들의 시신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질랜드 남섬 서부 해안에 위치한 파이크 리버 광산에선 2010년 11월 두 차례 대형 폭발이 발생해 내부에 있던 광부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1914년 이후 뉴질랜드 최악의 광산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재난 당국은 재폭발 위험성 때문에 광산 내부로 깊숙이 진입하진 못했으나 폭발의 강도 등에 비춰 이들이 전원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었다. 사망자 중에는 영국·호주 국적 광부가 2명씩 포함돼 있다.
사고 발생 9년 만에 광산 내부 재진입이 시도됨에 따라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또 사고의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뉴질랜드 당국은 전날 오전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행사를 열고 시신 수습 및 원인 규명 작업을 개시했다.
작업팀은 지난 9년간 광산 입구를 막고 있던 88㎝ 두께의 콘크리트 봉인을 파괴하고 광산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작업팀이 찍은 사진을 보면 광산 내부에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흘러들어 침수된 상태다.
이들은 입구에서 약 2.3㎞ 떨어진 폭발 발생 지역까지 파고들어 갈 계획인데 여기에만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략 3천600만 달러(약 430억원)의 비용이 들 이번 작업의 전체 공정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당국은 애초 이달 2일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개시 직전 광산 내부에서 다량의 산소가 탐지됨에 따라 갑작스럽게 일정을 연기했다.
광산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산소와 결합할 경우 또 다른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장에서 작업을 지켜본 희생자 유족들의 표정엔 감격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를 상징하는 29개의 노란 풍선을 날리고 숨진 이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안나 오즈본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며 “이는 진실과 정의로 마무리될 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광산에서 일한 아들 2명 가운데 1명을 떠나보낸 소냐 록하우스는 “여기까지 오는 데 왜 8년 반이나 걸렸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이번 광산 재진입 작업을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 성공을 기원했다.
이 작업은 2017년 총선 당시 아던 총리가 소속된 노동당과 녹색당 등 현재 연정을 구성한 정당들의 공약 사안이었다.
2008년부터 8년간 뉴질랜드 정부를 이끈 존 키 전 총리의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며 끝내 광산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