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신 足악수… 볼키스·코인사 “NO”… 코로나가 바꾼 인사법
세계 각국 신체 접촉 인사 금지… 허리 숙이는 예법·목례 등 부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국의 위생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널리 통용되는 악수는 물론 볼키스와 코인사 등 모든 신체 접촉 인사를 하지 말 것을 자국민에게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손을 얼굴에 갖다 대는 무의식적 행동마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주민 위생수칙 중 하나로 악수 금지를 꼽았다. 악수 대신 목례 또는 전통식 공수가 권장된다. 자신의 두 손을 맞대고 허리를 숙이는 공수는 주나라의 예법을 기록한 ‘주례’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인사법이다.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악수에 밀려 거의 쓰이지 않던 인사법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되살아났다.
악수는 이미 세계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회의석상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정중히 거절해 눈길을 끌었다. 브렉시트 이후의 미래 관계를 논의하는 영국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은 협상에 앞서 악수를 하는 관례를 없앴다.
손 대신 발을 서로 부딪치는 새 인사법도 등장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중화권 국가로 추정되는 곳에서 마스크를 낀 젊은 남성들이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가며 맞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우한식 악수(Wuhan shake)’라는 제목이 달린 이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란에서도 따라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단체로 이 인사법을 연습하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을 포함해 남부 유럽에서 널리 통용되는 볼키스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양쪽 뺨을 번갈아 맞대는 볼키스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마와 코를 맞대는 마오리족 전통 인사법인 ‘홍이(hongi)’를 당분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도 서로 코를 문지르는 전통 인사법은 물론 악수와 볼키스를 포함한 모든 신체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브라질 정부는 같은 빨대로 마테차를 나눠 마시는 전통 관습을 자제토록 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미국에서는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행동까지 자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손으로 눈, 코, 입 등 얼굴을 만지는 행위가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는 최근 들어 얼굴을 만진 적이 없다”며 “(못 만진 지) 몇 주가 돼서 만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손이 얼굴에 닿는 경우까지 막긴 어렵다. 낸시 엘더 오리건보건과학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를 긁고 눈을 비비고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입 근처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이는 깨기 어려운 습관”이라고 말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팔짱을 끼거나 손 장난감을 쥐는 행동이 얼굴 만지는 습관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 만지지 않기’라는 공지를 항상 띄워놓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