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유학생 등 “한국 가고 싶다”… 전세기 부족해 발 동동
신청 1400명 중 300명 탑승
해고·인종차별 고통도 심각
“멍청한 마스크” 외치며 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된 뉴질랜드에서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생필품 부족은 물론 인종차별적 상황에 시달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 비상 수준을 4단계로 격상한 이른바 ‘록다운’ 조치 이후 귀국 항공편을 타지 못한 한국인 일부가 생필품 부족·인종 차별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질랜드 한인회 등이 급히 한국행 전세기 수요를 조사한 결과 1400여 명에게 신청을 받았지만 다음 달 3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기에는 선착순으로 300명만 탑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3년째 오클랜드에 머물고 있는 홍모(29) 씨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아시아인을 향해 ‘멍청한 마스크!’라고 외친다거나 옆에 와서 일부러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감염자 대다수가 백인인데도 아시아인이 뭉쳐 다니면서 병을 퍼뜨린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홍 씨는 “아시아인이 주로 가는 마트를 폐쇄한다는 것도 시행 직전 날 오후 4시에야 알려줬다”며 “마스크가 부족한데 한국을 통한 국제 우편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3주간 딸과 조카를 ‘키위 홈스테이’(뉴질랜드 현지인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보낸 A 씨는 “현지 학교 측에 연락해 부모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며 “직접 가서 데려오려면 중간중간 통행증이 필요하다는데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지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B 씨는 “이곳은 필수 서비스에 해당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데도 매출이 떨어져 해고가 됐다”며 “현지인 근무자들은 두고 ‘워홀러’(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들부터 자르고 있다”고 초조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