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뉴질랜드 성추행 ‘민감부위 만졌다’ 진술 숨겨”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 발생 초기 외교부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중요 피해 진술까지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2017년 말 발생한 주뉴질랜드 K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사건 관련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위원 총 3명 중 2명을 K 외교관의 직속 부하 직원으로 채웠다고 10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가해자의 부하 직원에게 상급자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라고 했던 셈이다. 인사위원회가 부적절하게 꾸려지며 CCTV 영상 등 결정적 증거물 확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또 최근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항의를 받고 국회 외통위에서 관련 질의를 받으면서도 “엉덩이뿐 아니라 ‘성기’ 접촉도 있었다”는 추가 혐의 진술을 확보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익명의 당국자를 내세워 해당 진술과 관련해 “피해자가 말을 바꾸더라” “합의금을 요구하더라”라며 가해자에게 유리한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문에 따르면, K 외교관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첫 인사위원회는 2018년 1월 19일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열렸다. 주뉴질랜드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로 구성된 인사위는 대사관 고충담당 직원이 자체 조사한 내용,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했다. 당시 가해자는 성희롱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는 피해자에게 특별휴가를 가도록 하고 가해자에게는 경고 조치만 내렸다. 외교부는 이후 피해자가 재차 문제 제기를 하자 본부에서 2019년 초 외부 인사를 포함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K외교관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면 외부 인사가 포함된 인사위원회가 2019년 열리지도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정문에 따르면, K 외교관은 2017년 11월 웰링턴 한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대사관이 있는 11층에서 내리면서 W의 배 부위를 만지고 동시에 성기도 움켜쥔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같은 달 K 외교관이 자신의 사무실에 W씨를 불러 그의 엉덩이를 불쑥 만지는 1차 피해가 발생한 지 불과 수일 뒤에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사건 초기 이와 관련한 CCTV 영상 등 증거물이 확보되지 않았고 가해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 최종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재조사하기보다는 양측이 합의하는 쪽으로 중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