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컬럼 제 38회
명예훼손 (2)
3. 명예훼손에 대한 입증책임 (Burden of Proof)
명예훼손 소송에 있어 중요한 점은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입증 책임은 피해자 (원고)가 아니라 가해자 (피고)에게 있다. 이 문제는 또한 피해자가 개인이냐 법인이나 단체냐에 따라 나누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의 경우, 피해자 본인이 공표된 얘기들이 사실이 아니므로 본인의 인격이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그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가해자가 아래에서 설명드릴 여러가지 defence들을 이용하여 여차여차한 근거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회사와 같은 법인이나 단체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명성이나 법인격의 실추보다는, 그로 인한 재정적인 손실 (financial loss)에 좀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그 재정적인 손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다분히 피해를 당한 법인이나 단체로 전가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가해자 (피고)는 여전히defence를 통해서 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가를 입증해야 한다.
4.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사유 (Defences to a Defamation Claim)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에서 인정하는 명예훼손의 범위는 상당히 넓고, 실상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사람이 주장할 수 있는 방어사유 또는 면책사유 (defences)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 Consent (본인의 동의)
당사자 (얘기의 주인공)가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내용을 말하거나 기사를 내는 것에 동의한 경우엔 면책이 된다.
이 사유는 주로 언론매체와 정보소스 제공자와의 관계에서 불거질 수 있는 경우로, 예컨대 실제로 인터뷰한 내용이나 취재한 내용을 사전에 본인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고,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공표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추후에 있을 수 있는 상호간의 분쟁에 대비하여 그러한 동의 사실을 최대한 서면 (이메일, 파일노트 등)으로 기록, 보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Truth (진실)
공표된 내용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면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재차 강조할 것은 ‘입증책임’이다. 즉, 피해자는 공표된 내용이 거짓에 근거한 것이라고 증명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가해자 (공표자)가 공표된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면책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표자가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것을 입증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단순히 공표자 본인의 생각이나 믿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나 증인 (admissible evidence)을 확보하여 법원에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증의 문제는 쉽지가 않은 것이다.
또한 소문 (rumours)이나 풍문 (hearsay)으로 들은 얘기를 재차 퍼뜨리는 경우, 공표자가 그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입증하여 면책을 받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폄하하기 위해서 자신이 구체적으로 입증하지도 못할 얘기를 한다는 것은 의외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3) Honest opinion (진실된 의견)
지난 회에서 언급한 ‘표현의 자유 (freedom of expression)’와 관련하여, 어떤 이들은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마치 고삐풀린, 무제한의, 또는 다른 권리보다 우월한 자유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중매체들은 대중들의 관심과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킬 수가 있고, 많은 경우 그들은 ‘대중의 알권리’나 언론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그 명분으로 삼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으로’ 잘못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공표자가 이 ‘honest opinion’이라는 면책사유를 충족시키는 것 역시 그리 간단치가 않다. 최소한 다음의 세가지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i) 공표자 본인의 의견의 표현이었고 (an expression of opinion), (ii) 사실에 근거한, 입증 가능한 충분한 토대가 있으며 (supported by a sufficient basis of provable facts), (iii) 공표자가 실제로 그 의견을 진실되게 믿었는가 (which is honestly/genuinely believed by the author) 이다.
여기서 (i)과 (iii)의 요소는 다분히 주관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subjective test), (ii)는 결국 객관적인 잣대 (objective test)로 판단될 부분이다. 따라서 공표자 본인의 진실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그 의견을 들은 사람 또는 읽은 독자들이 충분히 그럴 수가 있겠다고 인식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고, 사실에 근거하였다는 입증 책임은 여전히 공표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쉽지 않은 면책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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