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작성의 중요성
◆ 이관옥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35회
지난 호까지 주택임대차 계약에 따른 집주인과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선 한국적 사고방식이나 관행에 얽매어 계약서를 뉴질랜드 법에 맞게 철저히 작성하지 않아 불필요한 금전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받을 수 있음을 관련 사례를 찾아 설명드릴까 합니다.
한국적 정서
잘 알고 지내는 이웃끼리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서를 요구하거나 더 나아가 상환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여 담보물을 설정한다거나 또는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면 “아니 나를 못 믿으세요?”라며 불쾌해 하곤 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정서상 친구 또는 가족 간에 돈을 빌리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경우 굳이 계약서를 작성하여 서명을 하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이와 달리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문서로서 그 약속을 명시하고 서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믿고 하는 거래는 많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계약 쌍방이 신용을 꼭 지킨다면 더할 나이 없이 좋을 텐데 일선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럴 때면 여김 없이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 격앙된 한탄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에 주택을 매도하겠다고 잘 알고 지내는 이웃교민에게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았다가 제3자에게 웃돈을 조금 더 받고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또는 비즈니스 매매계약을 구두로 약속하거나 A4용지에 간단히 계약쌍방의 성명과 함께 매매금액과 언제 인도하겠다는 것만 명시하고 계약금을 직접 매도자에게 지불했다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일반)계약법상 구두로 했던 것도 계약이 성립했다 볼 수 있지만 증인 또는 증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므로 약속한 내용을 문서로 정확히 기록하고 계약쌍방이 서명으로 재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약속이 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다시 말해, 주택의 매매나 농장 또는 건물의 임대를 위한 약속이라면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부동산에 관한 모든 계약은 관련법(Property Law Act 2007, 제24조)에 따라 반드시 계약의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야 합니다. 구두로 약속을 했다면 계약에 대한 집행을 법원에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아주 특수한 경우는 형평법(Equity)에 따라 예외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에 대한 임대계약을 구두로 약속 받아 계약금을 주고 입주를 위해 내부공사를 진행했다면 비록 관련법에 반하여 임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건물주와의 약속에 따라 위와 같이 행하였기(part performed) 때문에 법원은 이를 인정해 주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로 건물주가 임대의 갱신을 구두로 약속하고 임대료 조정을 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등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구두로 했던 건물주와의 임대갱신이 있었음을 법원이 인정해 주기도 합니다. (판례연구 Mahoe Buildings Limited v Fair Investments Limited [1994] 1 NZLR 281).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로 그 약속을 처음부터 문서로 작성하여 보관했다면 법정에서 승소판결을 받기까지 마음고생뿐만 아니라 금전적 손실까지(일반적으로 승소했다 하여 변호사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100%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므로 항상 계약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 본 칼럼은 생활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필자의 사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에 대한 법률조언이 아니므로 맞춤형 법률조언은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이관옥(변호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