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기록과 비자승인
◆ 이관옥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53회
단기 또는 영주권 등 모든 종류의 비자를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건강한 신체조건과 함께 이민법이 정하는 범죄기록이 없어야 합니다. 범죄 즉 유죄확정(Conviction)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중범죄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점에서 작은 물건을 훔쳤거나, 일일 허가량을 초과하여 너무 많은 조개를 잡았거나, 경미한 폭행에 가담한 경우라도, 본인이 의도했건 또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와 같이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범죄기록으로 남고 이로 인해 오늘 신청한 비자의 승인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인성
받아들이는 이민자가 ‘좋은 인성(good character)’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이민정책이 지향하는 첫 번째 필수조건일 것입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입니다. 필자의 지난 칼럼 중에서 ‘범죄기록과 비자취득’ 편을 읽어보신 독자는 구법의 제7조항이 이러한 기준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아셨을 것입니다. 현행법(Immigration Act 2009) 제15조항이 같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평생동안 5년 이상의 구금형 또는 지난 10년 동안 1년 이상의 구금형 또는 뉴질랜드에서 추방 혹은 강제출국을 당한 경우는 일반적으론 비자승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구금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는 쉽게 인지할 수 있겠으나 서두에 나열된 아주 경미한 일로 인에 본인이 직접 경찰서에 찾아가 적은 금액의 벌금을 냈거나 법원에서 몇 시간의 사회봉사 또는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일달락되어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간주하고 오랜기간 잊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록삭제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생활하면서 익숙하지 못한 현지 언어(영어)와 새로운 사회제도에 적응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경찰에서 운영하는 제도 중에 ‘Diversion Scheme’이 있습니다. 이 제도는 범죄자의 형이 확정되어 전과자로 전락되지 않도록 갱생의 기회를 주고자 1988년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갱생제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종교단체, 아동병원(Starship Children’s Hospital)과 같은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의 존재를 모르고 신청하지 않은 경우는 같은 금액(기부금이 아닌 과태료 또는 벌금)을 지불했더라도 유죄가 확정되어 범죄기록이 남게된다는 것입니다.
서류준비
비자신청을 할 때 신청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진실되게 답변을 해야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적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하고 기입하지 않는 경우 항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Diversion를 신청하지 않아 범죄기록이 남은 경우라도 상세내용을 기입하고 사실진술서 등을 첨부하면 비자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Character Waiver’를 신청하여 승인 받아야 합니다.
영주권의 경우는 시민권을 소지한 자국뿐만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1년 이상 체류했던 모든 국가에서 신원조회서(Police Clearance Certificate: PCC)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합니다. 반면에 단기비자(관광/학생/취업)는 5년 이상 체류한 모든 국가에서 신원조회서를 받아 제출합니다. 비자신청서엔 위와 같은 신원조회서 이외에 신원조회와 관련된 많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성실히 진실되게 답변해야 함이 원칙이며 뉴질랜드 범죄기록과 관련하여 확인코자 원하면 뉴질랜드 법무부(Ministry of Justice)의 공식홈페이지(www.justice.govt.nz)를 방문하여 신청서에 해당하는 ‘Criminal Conviction History Form’를 다운로드하여 작성하신 후 관련부서가 있는 웰링턴에 보내면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확인 후 설명을 부가하거나 전문가와 함께 Character Waiver를 받으면 무리없이 넘어갈 일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비자승인 거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옛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본 칼럼은 생활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필자의 사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에 대한 법률조언이 아니므로 맞춤형 법률조언은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이관옥(변호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