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의 해결 (결혼에서 이별까지) 2
– 가정폭력 (Domestic Violence)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72회
1. 가정폭력이란?
행복한 결혼생활 및 가정을 허물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중 하나가 바로 ‘가정폭력’이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들에 대한 폭력은 인권이나 남녀평등 의식이 높은 뉴질랜드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폭력의 속성상 한번 시작되면 반복되기 쉽고, 빈도나 강도 면에서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하겠다.
뉴질랜드에서 가정폭력에 관한 준거법은 ‘Domestic Violence Act 1995’ 이다. 동법 제3조에 의하면, 가정폭력 (Domestic Violence: DV)이란 가정에서 구성원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의미한다. 즉,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신체적 학대(physical abuse)는 물론이거니와, 성적 학대(sexual abuse)와 심리적 학대(psychological abuse)도 모두 포함된다.
특히 ‘심리적인 폭력’에는 성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행위, 겁박, 지속적인 괴롭힘, 기물을 부수는 행위,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재정적 또는 경제적 학대 (예컨대 재정적인 원천에 대한 접근금지 또는 제한을 가하는 것, 돈을 계속 훔쳐다 쓰거나 돈을 한푼도 주지 않는 것, 고용의 기회를 막거나 제한하는 것, 교육받을 기회를 막거나 제한하는 것 등), 자녀에게 그런 폭력의 모습을 보게 하거나 그런 상황에 노출될 환경에 있게 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동법에서 말하는 ‘가정에서의 구성원 관계 (Domestic Relationship)’에는 배우자나 다른 가족 구성원은 물론,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 또는 친밀한 개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 (예컨대 연인 사이 등)도 포함된다. 다만 집주인과 세입자, 고용주와 피고용인, 피고용인 상호간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2.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법
(1) 가정폭력의 예방 또는 초기대처법
가정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우리 각자의 삶 속의 지혜에 달려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격언처럼, 가족 구성원 간에 긍정적인 말, 배려하는 마음, 어려운 여건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단합심 등이 일상화될 수 있다면, 가정폭력이 발생할 개연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또한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민생활이 녹녹치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가정이 많아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자연히 언행이 거칠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럴 땐 가족 구성원중 누군가라도 나서서 잠시나마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면 삭막한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남에게는 잘 하면서 자기 가족에게는 함부로 하는 사람은 반쪽 인격체에 불과하다. 가족이야말로 평생 나의 둥지이자 지지자가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도록 스스로 다짐해 볼 필요가 있겠다.
(2) 가정폭력이 실제 발생한 경우
하지만 결국 어떤 형태 (폭언, 기물파손, 폭행 등)의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면, 일단은 한쪽이 한발 물러나 조용히 있거나,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 자리에서 맞대응하면서 대치하는 것은 현면한 방법은 아니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려도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웃이나 친구가 개입하여 한쪽을 두둔하거나 다른 쪽을 비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며, 먼저 쌍방을 갈라놓은 상태에서 흥분을 가라 앉히고, 제3자로서 상황에 맞게 지혜로운 권면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 일방이 경찰을 부르거나,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경미하거나, 단발성이거나, 조기수습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갈음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번 경찰이 개입되면 쌍방간에 악감정이 생기면서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심각한 가정폭력의 경우
일단 가정폭력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즉시적이고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 (예컨대 신체적 상해, 방화 등),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긴급전화 111로 연락하여 도움을 받는 것이다 (“Call 111”). 미쳐 그 자리를 빠져 나오기 어렵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이 신고해 주거나, 이웃에게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폭력이 단발적이지 않고 자가치유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원 판결을 통해 접근 금지, 폭력방지 프로그램 이수 등 강제적인 수단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 회에서는 경찰이나 법원이 취할 수 있는 가정폭력 구제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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