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의 해결 (결혼에서 이별까지) 5
– 별거와 이혼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75회
결혼할 땐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꿀 것이다. 웬만한 어려움이나 갈등은 참고 견디며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도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르면 같은 지붕 아래 산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되고, 누군가는 먼저 결별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원인은 너무 많기에 여기에서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
뉴질랜드에서는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곧바로 이혼 (divorce/dissolution of marriage)이 허락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결혼관계를 종료할 수 없기 때문에 재혼도 할 수 없다. 반드시 2년간의 별거기간 (separation)을 거쳐야만 한다. 이 규정은 법률혼(marriage)이나 시민연합 (civil union)에만 적용되며, 사실혼 (de facto)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혼의 경우 동거가 끝나면 관계가 바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에서는 별거에서 이혼까지의 법적인 절차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별거 (Separation)
뉴질랜드에서는 이혼시 특별한 사유 (예: 배우자의 부정, 가정폭력 등)를 요하지 않는다. 단순히 ‘화해(해소) 불가능한 차이 (irreconcilable difference)’라고만 규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별다른 요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법원에서도 굳이 이혼사유를 특정하려고 묻지 않는다. 다만 공동재산 분할 결정 등에 있어 참고사항으로는 쓰일 수 있다. 따라서 별거 역시 반드시 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 별거합의서 (Separation Agreement)
별거에 대한 합의는 원칙적으로 구두나 서면으로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별거를 시작할 때 쌍방이 합의하여 ‘별거합의서 (Separation Agreement)’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두 합의는 일단 나중에 증명하기도 힘들거니와, 일방이 말을 바꾸면 마땅히 대응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별거합의서에는 결혼일, 별거 시작일, 자녀들의 양육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 (일상양육권 및 접견권, 그 횟수, 빈도, 시간, 방법 등), 자녀의 양육비 및 배우자의 생활비 지원문제, 합의를 어겼을 때의 해결절차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모기지 상환을 어떻게 할지, 애완농물은 누가 돌볼지 등도 합의하여 포함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쌍방이 합의하면 어떤 내용이든 선택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공동재산 분할문제도 별거합의서에 선택적으로 넣을 수는 있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미리 합의가 되지 않았더라도, 가정법원의 최종 이혼명령이 있은 후 1년 이내에 소를 제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별거합의서는 나중에 가정법원에 이혼명령을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문서가 되므로 작성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별거합의서 상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경우 그 유효성에 대하여 법원이나 상대 배우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실제로 법원이 별거합의서의 효력을 인정치 않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별거합의서는 서면 (in writing)으로 작성하여 각자의 증인이 있는 상태에서 서명해 두어야 한다. 쌍방이 합의하였더라도 본인들 간에 조잡한 합의서를 작성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변호사로부터 합의서의 내용이나 효력, 향후 영향 등에 대한 조언 (independent legal advice)을 충분히 들은 후, 그 변호사가 증인 (witness)을 선 상태에서 함께 서명해 두어야 한다.
(2) 별거명령 (Separation Order)
쌍방이 별거에 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엔 어느 일방이 가정법원에 ‘별거명령 (Separation Order)’을 내려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아니다.
가정법원이 별거명령을 결정할 때는 부부에게 계속 같이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할 만큼의 ‘불화 (state of disharmony between parties)’가 존재하는지를 근거로 삼는다 (Family Proceedings Act 1980, 제22조). 쌍방이 합의하여 별거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이런 근거조차 필요치 않게 된다.
별거합의서든 별거명령이든 어느 것이나 2년간의 별거 기산점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다만 별거명령이란 어떤 특정일부터 쌍방이 같이 살지 않고 별거에 들어갔다는 가정법원의 법적 선언일 뿐, 자녀의 양육 문제나 재산분할 문제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명령을 수령한 이후 쌍방 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일방에 의해 별거명령 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되면 상대 배우자에게 송달이 되고, 이의가 있는 경우 21일 내에 반론과 함께 별거명령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상대배우자가 뉴질랜드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의 반론기간은 더 긴데, 호주의 경우 30일, 그 밖의 국가인 경우 50일이 주어진다.
(3) 별거합의서도 별거명령도 없는 경우
그렇다면 별거합의서도 별거명령도 없는 상황이라면 2년간의 별거기간 경과후 가정법원에 이혼명령을 신청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그 별거사실을 입증하는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쌍방이 최소 2년간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으로 충분한 별거상태를 유지했다는 입증을 할 책임은 신청 당사자에게 있다. 때로 중간에 서로 화해하여 다시 동거에 들어간 경우, 그 재결합 기간을 모두 합쳐서 2년중 3개월을 초과하면 기존의 별거 기산일은 효력을 잃게 되고, 재결합후 다시 별거에 들어간 날이 기산점이 되며 이에 대한 입증의 책임도 신청 당사자에게 있게 된다 (Family Proceedings Act 1980, 제40조). 하지만 동 법은 별거기간중 단순히 부부간에 성관계를 했다고 해서 다시 재결합했다고 의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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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yeon Jung
on said
안녕하세요 이완상 변호사님.
변호사님 컬럼을 읽고 Family issue로 인한 상담이 가능한지 문의 드리고자 코멘트를 남깁니다.
상담이 가능하시다면..
히스토리 및 질문 내용을 메일로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