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時效)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45회
이번 회부터는 ‘시효’ (時效, limitation)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하겠다. 먼저 일반적인 법 개념으로서의 시효의 정의, 종류, 요건 등에 대하여 알아 보고, 이후 시효의 개시, 중단 (정지), 재개 및 뉴질랜드의 관련법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 보기로 하겠다.
1. 시효란 무엇인가
만일 누군가가 방치된 땅을 마치 자기가 주인인 양 수십년간을 점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진짜 땅주인이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 타인에게 돈을 빌려준 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수년이 지나 버렸다면, 과연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살인을 하거나 사기를 친 후 도주한 사람은 언제까지 추적하여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이렇게 어떤 사실관계 (facts)가 발생한 후 일정기간이 지속, 경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권리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법률상의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혼란스런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 이러한 사실관계가 일정기간을 경과하면 그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일정한 법률효과가 발생되도록 확정시키는 법률요건을 ‘시효’ 라고 한다.
2. 시효의 종류
시효에는 크게 민법상의 취득시효 (取得時效)와 소멸시효 (消滅時效), 형법상의 공소시효 (公訴時效)가 있다.
(1) 취득시효
취득시효란 해당 재산에 대하여 원래부터 권리 (소유권)가 없던 사람이 일정기간 그 재산을 점유하면 그 사람이 원래부터 그 재산의 소유자인 것으로 소급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제도이다.
지금과 같이 경제관념이 투철한 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겠지만,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이런 일들이 실제로 심심치 않게 발생되어 왔음을 판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특별한 사정이 생겨 오랜 기간동안 해당 재산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든지, 또는 그런 재산에 대하여 상속권 등의 이해관계가 있던 자손들이 그 재산의 존재 여부를 모르고 있다가 수십년이 흐른 뒤에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든 그 소유관계를 확정시킬 필요가 생길 것이다.
취득시효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점유자가 법에서 정한 기간 이상 해당 부동산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후, 소유자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점유자는 자신의 선의 및 무과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2) 소멸시효
소멸시효는 취득시효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즉, 어떤 사람이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를 소급하여 실효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물품을 판매한 후 또는 도급공사를 해준 후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로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면, 그 당사자의 대금 청구권을 소멸시켜 법률관계를 확정하게 된다.
소멸시효를 두는 주된 이유는, (1) 사회질서, 특히 법률관계 질서의 안정 (확정)을 도모하고 (“degree of certainty” & “protection from stale claims”), (2) 증거보존 (입증) 상의 곤란을 구제하며 (“evidential issues”), (3) 자기 권리에 태만한 자를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법논리 (“reasonable diligence”) 등이다.
소멸시효에 있어서는 그 기산점을 언제로 하느냐가 쟁점이 되곤 한다. 즉,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원인이 발생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따라 소멸시효의 완성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험금 청구권의 경우 대체로 사고가 발생한 시점, 도급공사의 경우 공사를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 밖의 요인들도 고려될 수 있다.
(3) 공소시효
민법상의 시효와는 달리, 공소시효는 형법상의 개념이다. 즉, 범죄행위가 종료된 이후 기소권을 가진 국가가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그 범죄에 대하여 기소하지 않는 경우, 그 소추권 (訴追權)과 형벌권 (刑罰權)을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국가가 공소시효의 만료에 따라 소추권 (법정에 세워 재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지 못하므로, 자연히 재판을 통한 형벌권의 행사도 불가능하게 된다.
공소시효 제도를 두는 주된 이유는, (1)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가해자, 피해자, 증인 등 관련자 진술의 부정확성 증대, 증거 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2)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나 사회 일반의 감정이나 분노가 가라앉아 처벌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3) 오래된 범죄에 대하여 수사를 지속하고 증거물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 (4) 국가 역시 자기의 기소권 행사를 태만히 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보호가치를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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