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48회
1. 위임장이란?
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어떤 사정이 생겨서 내 일을 내가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해결해야 할 때가 생기게 된다. 또한 사람의 장래란 알 수가 없어서 내게 언제 무슨 일이 생겨서 나의 재산적 또는 신체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나를 대신하여 나의 신체적, 재정적 또는 재산적 문제를 처리해 주는 사람을 ‘대리인 또는 피위임인 (Attorney)’이라 하고, 그에게 정식으로 법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문서를 ‘위임장’ (Power of Attorney: 이하 POA) 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위임장에서 ‘나’는 ‘위임인 (Donor)’이 된다.
대리인을 누구로 선정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리인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사용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신뢰할 수 있고, 진정으로 본인의 이익 (best interests)을 위해 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대리인이 당초 위임장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 권한을 행사한 경우, 위임인은 추후 대리인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그 대리인을 믿고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모면할 수 없게 되므로, 대리인에 대한 신임문제는 그만큼 중요하다 하겠다.
위임장에는 크게 일반적인 위임장인
2. 일반 위임장 (General/Ordinary POA)
우리가 통상 위임장이라고 하면 General/Ordinary POA (* 편의상 ‘POA’로 구분하여 부르기로 함.) 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내가 한국에 잠시 볼 일이 있어 가 있는 동안 뉴질랜드에 있는 집을 급히 매각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뉴질랜드에 있는 누군가에게 위임장을 작성해 줌으로써 그 대리인이 나를 대신하여 집 매각에 따른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이다. 물론 위임장을 통해 대리인을 선임한 이후에도 본인이 자기 일을 처리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위임장은 만20세가 되어야 작성이 가능하므로, 만 20세 미만인 경우 부모 등 친권자나 법정 후견인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면 될 것이다. 위임장 작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위임인과 대리인 공히 영문 full name,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인적사항이 필요하다.
위임장은 반드시 서면 (in writing)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위임인은 반드시 증인 (witness) 입회 하에 위임장에 서명해야 한다. 증인의 자격에 대하여는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지만, 되도록이면 여타 법률적 문서 작성시 요구되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이 차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위임장 효력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보다는 JP나 변호사 등 social standing이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뉴질랜드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작성되는 위임장에 대해서는 더더욱 신경쓸 필요가 있다. 즉, 위임장 양식은 되도록 뉴질랜드 변호사협회 (Law Society)에서 만든 것을 쓰고, 가급적 변호사가 draft한 것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증인도 현지의 국제공증변호사 (Notary Public Lawyer)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 아쉽게도 이전에는 서울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도 witness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얼마전부터 이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금융기관이나 부동산회사 등에서는 사인(私人)이 증인을 서서 작성된 위임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점증하고 있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POA는 제3자인 대리인이 위임인이 나를 대신하여 ‘포괄적’으로 모든 일을 대신하도록 위임하거나, 또는 위임장에 그 위임 범위를 ‘한정’시켜 그 일만 대신하게 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 변호사협회 (Law Society)가 작성한 표준 위임장에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위임 사항들이 적시되어 있다: (a) 현재 또는 장차 재산 등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일, (b)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재산에 대한 소유나 점유와 관련된 일, (c) 본인을 위해 동산 또는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일, (d) 금융거래와 관련된 일체의 일 (계좌개설, 수표배서, 정기예금 예치, OD계좌관리, 담보제공 등), (e) 유산과 관련하여 법원에 유언장 집행허가를 신청하거나, (무유언장시) 관련유산 집행허가를 신청하는 일, 유산 (관리)집행인으로서의 하는 일, (f) 필요시 또다른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일 (* 이 경우엔 가급적 위임인 본인의 사전동의를 구하도록 명시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위의 예시와 더불어, 본인이 특정 trust정관이나 유언장 등에서 trustee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 권한과 재량권을 대리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데, 다만 해당 문서상 trustee의 구성이 위임인 본인과 내가 대리인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사람으로만 되어 있다면 그 대리인은 해당 문서상에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간주되어 나를 대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리인은 한명 이상도 선임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 대리인 각자가 독자적인 대리권을 갖는지 (severally), 또는 공동으로 대리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jointly) 등에 대하여 위임장에 명시적으로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위임하는 기간도 위임장에 특정 시점까지로 한정하거나, 또는 위임인이 대리인에게 위임 철회 (revocation)를 통지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둘 수도 있다.
다만, 위임인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면 위임장은 무효가 되고, 그 때로부터 위임이 철회된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즉,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위임인 본인이 위임장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대리인이 위임인의 의중과 상관없이 임의로 대리권을 행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위임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위임장의 효력이 즉시 상실되며, 모든 권한은 유산 집행인 (executor 또는 administrator)에게 양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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