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렬 회계사의 부동산 세금 컬럼
이자의 비용처리 제한 4: 마통과 두통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하며 구입자금의 일부를 은행융자를 통해 조달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러한 부동산투자에 대한 대출은 고정된 금액의 원금을 빌리는 융자가 일반적이다. 원금이 고정된 융자 (fixed balance loan)라 하여도 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고정될 수도 있고 변동금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
[사례1] 천지훈씨는 80만불의 은행융자를 얻어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하였다. 80만불 원금에 대한 이자를 매월 은행에 지급하고 있다. 융자를 얻었던 시점에는 향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서 일단 변동금리융자를 선택했었다. 이후 몇차례 융자에 적용되는 금리가 인상되는 것을 목격한 지훈씨는 과감하게 3년동안 동일한 이자율이 적용되는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하였다.
간혹 부동산투자를 위해 융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고정원금대출에 더하여 마이너스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융자신청자의 소득수준을 감안하여 은행에서 제시하는 융자가능금액이 자신이 필요한 금액보다 높은 경우에 이런 조합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례2] 서민혁과 천지훈은 같이 공무원으로 근무했었는데 천지훈은 퇴사를 하여 전문직 개인사업자로 독립하였다. 서민혁은 여전히 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투자용부동산 구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융자를 알아보았더니 서민혁의 소득에 따른 융자가능금액은 100만불이라고 알려왔다. 투자용부동산 구입에 부족한 자금은 80만불이었다. 주위의 조언을 참고한 서민혁은 세상 일 혹시 어찌될지 모른다며 80만불의 융자는 바로 받는 것으로 하고 남은 한도 20만불 만큼의 마이너스계좌도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고정원금대출과 마이너스계좌를 혼합한 구조로 융자를 받기도 하지만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부동산구입에 들어가는 융자금 전체를 마이너스계좌로 하기도 한다.
[사례3] 천지혁의 직장동료 백마리씨. 지혁의 부동산투자를 보고 그녀 역시 투자용부동산을 하나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은행융자를 미리 알아보았더니 백마리의 소득에 따른 융자가능금액은 100만불이라고 알려왔다. 그녀가 투자용부동산 구입에 부족한 자금은 80만불이었다. 세상 일 혹시 어찌될지 모른다는 주위의 조언을 참고한 마리씨는 100만불 한도의 마이너스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에서 80만불을 인출하여 투자용부동산 구입에 사용하였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은행계좌 중에서 미리 은행과 협의가 되어 잔액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것이 허용되는 계좌를 흔히들 마이너스계좌라고 부른다 (들으면 딱 감이 오는 직관적인 명칭이다). 마이너스계좌는 마이너스통장이라고도 하는데 이를 줄여서 ‘마통’이라고 쓴다.
은행예금의 잔액이 플러스라면 예금주가 은행에 돈을 맡겨둔 상태이다. 은행예금의 잔액이 마이너스라면 예금주가 은행에서 돈을 빌린 상태 (대출을 받은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태를 overdraft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줄여 OD라고도 한다. OD계좌는 마이너스계좌/마이너스통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Overdraft는 ‘당좌대월’이라는 엄연한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OD라고 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은행계좌의 잔액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즉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입금을 하면 마이너스 금액이 줄어들고, 출금을 하면 마이너스 금액이 늘어난다. 마이너스 금액이 바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의 금액이다. 대출잔액이 그때그때 변하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대출을 통틀어 대출잔액이 변하는 융자라는 의미로 변동원금대출(Variable Balance Loan)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득세 계산이 필요한 투자용부동산 구입에 변동원금대출을 사용하면 대출이자의 비용처리가 골치아플 수 있다. 마통이 두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사례 4] 100만불 한도의 마이너스계좌를 개설한 다음 80만불을 인출해서 투자용부동산을 구입한 백마리씨는 이후 20만불의 여유자금을 이용해 마이너스계좌의 잔액을 줄였다. 대출금이 80만불에서 60만불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얼마후 이 마이너스계좌에서 20만불을 인출해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제 대출금잔액은 다시 80만불이 되었다.
3월31일 회계연도가 종료되고 은행이 보내온 서류에는 마이너스계좌에서 발생한 융자이자가 1년간 총 4만불이라고 한다. 이 4만불의 이자를 투자용부동산에서 발생한 렌트수입을 상쇄하는 비용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을까? 최초 80만불의 대출은 확실히 투자용부동산 구입에 사용했고 연말 대출잔액이 이와 동일한 80만불이니까 1년 동안 발생한 대출이자를 모두 렌트소득에 상쇄하는 비용으로 떨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대출금의 이자가 비용처리되기 위해서는 대출금이 소득을 발생시키는 자산의 구입을 위해 쓰여졌어야한다라는 비용처리의 대원칙을 떠올린다면 4만불의 이자를 모두 렌트소득 정산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4만불의 대출이자 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데 사용한 20만불에 대한 이자금액을 구분해 내고 남은 이자금액만 렌트소득 정산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마이너스대출을 제공해준 은행에서는 1년동안 마이너스계좌에서 발생한 이자금액을 계산하여 알려줄 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사업상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금액을 구분하여 계산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계산을 투자자 본인이 직접 하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남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다.
대출원금이 변한 것만으로도 계산이 복잡해질 것 같은데 조금 더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 있으니, 수시로 달라지는 변동이자율이 마이너스계좌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는 마이너스계좌(또는 변동금리 고정원금대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가끔씩 친절하게 편지를 보내주며 귀하가 보유하고 계신 대출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며칠을 기준으로 몇%로 변경된다라고 알려준다.
원금도 그때그때 변하고 연중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도 수시로 달라지는데 1년에 지급한 대출이자 중에 얼마 만큼이 비용처리가 가능한 이자인지를 계산해 내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간단하지는 않지만, 회계사들은 한줄한줄 수백줄을 계산하고 이를 합산하는 작업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기에 이를 계산해 낼 수는 있다. 다만, 그 계산을 위한 충분한 정보는 부동산투자자 본인이 취합하여 제공해줄 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마이너스계좌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투자에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번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실감했을 것이다. 고정원금대출을 가지고 부동산투자에 사용했다면 1년에 한번 은행에서 오는 융자내역서만 회계사에게 보내주면 되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일반적인 세무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적인 세무사례는 아주 작은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전문가의 적절한 조언을 받지 않으시고 위의 글에 따라 행한 결과에 대해 필자에게 책임을 물으시면 아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