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재산분할 합의서 (Prenuptial Agreement)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95회
1. Prenuptial Agreement란?
결혼을 할 때 나중에 헤어질 것까지 감안하여 미리 재산에 대하여 어떤 보호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 각자가 가진 재산이나 나중에 형성될 재산에 대하여 혼전에 각자의 몫을 나누어 문서로 정해 놓는다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나 문화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혼전 재산분할 합의서 (Prenuptial Agreement)를 작성해 놓으면 결혼 이후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부부간 재산분할에 대한 준거법인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 편의상 ‘부부공동재산법’ 또는 ‘PRA법’으로 칭하기로 한다.) 상의 대원칙은 “Equal Share”이다. 즉,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 결혼기간중 형성된 공동재산에 대하여는 50:50 분할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동법 제21조에는 이러한 대원칙을 벗어나, 본인들 만의 합의서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소위 “Contracting Out” 조항이다. 따라서 부부는 결혼전, 결혼후, 심지어는 결혼관계 종료 후까지 이 조항을 이용하여 PRA법에서 요구받는 소위 “equal share”의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그러면서도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사적인” 합의문을 작성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결혼 전에” 양자가 합의하여 작성하는 문서를 따로 “Prenuptial Agreement”라 부른다.
2. 특히 Prenuptial Agreement가 필요한 경우
(1) 본인 재산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
초혼이든 재혼이든 불문하고, 본인이 혼전에 따로 소유하고 있던 개별재산 (Separate Property” SP)이 결혼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배우자와 문서로 확실히 해 놓음으로써 안심할 수가 있게 된다. 즉 결혼으로 인해 이러한 개별재산이 나중에 50:50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리 못을 박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양측이 혼전에 배우자될 사람에게 본인 재산을 공개함과 동시에, 배우자가 혼전에 소유한 재산권을 서로 인정해 줌으로써, 상호간에 ‘존중’의 모습을 전달할 수도 있다. 즉, 투명한 공개를 통해 상호간에 신뢰가 높아질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도중에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미리 합의한 대로 분할하면 되므로, 법원을 통한 지리한 재산분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서로 현재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향후 결혼관계중 배우자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를 미리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이전 결혼관계에서 자녀가 있는 경우
만일 이전의 결혼관계중에 생긴 자녀가 있다면, 본인의 재혼에도 불구하고 그 자녀들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이 있으므로, 그 자녀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새로운 결혼관계에서 또다른 자녀를 갖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자녀들 간에 나중에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본인이 재혼 전에 소유하던 재산을 따로 구분하여, 이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난 자녀들을 위해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우자와 사전에 합의하여 문서화 한다면 훨씬 더 마음의 짐을 덜 수가 있을 것이다.
(3) 50:50으로 나눌 수 없는 재산에 대한 합의
결혼을 한 이후에도 얼마든지 재산 상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새로 family home을 사거나, 기존의 집을 팔 수도 있다. 투자용 집을 살 수도 있고, 애완동물 (또는 반려동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부부 공동재산 (Relationship Property: RP)로 편입될 것이고, 부부가 헤어진다면 PRA법에서 정해 놓은 50:50 분할 원칙이 적용될 것이다. 만일 은행에 예치된 돈이라면 50:50으로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위에서 예시한 공동재산들은 물리적으로 또는 실제적으로 절반으로 나누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황을 대비하여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재산에 대하여도 예상하여 혼전 합의문에 편입시킬 수가 있다. 예컨대, ‘반려동물 중에 개는 남편에게, 고양이는 아내에게 준다’ 라든지, ‘family home은 우선 남편이 (또는 아내가) 얼마의 가격을 배우자에게 지불하고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라든지, ‘어떤 재산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처분하지 않는다’ 등등 얼마든지 구체적인 내용을 혼전 합의서에 넣을 수가 있다.
3. Prenuptial Agreement가 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한 요건
혼전 재산분할 합의서가 확실하게 법적인 구속력 (강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들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1)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in writing);
(2) 양측이 각각 자기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구해야 한다 (independent legal advice);
(3) 본인 서명시 반드시 자기 변호사의 인증이 필요하다 (certified by lawyer when sign);
(4) 담당 변호사도 당사자가 서명하기 전에 본 합의서의 내용과 그 영향에 대하여 조언하였음을 인증해야 한다 (lawyer’s explanation of the effect and implications before sign).
위의 기본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부정될 수 있고, 재산분할을 둘러싸고 법원을 통한 불필요한 절차를 다시 거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사전에 반드시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구하시기를 권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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