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의 해결 (결혼에서 이별까지) 1
– 뉴질랜드의 결혼제도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71회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 예쁜 자식들을 낳아 기르고, 온 가족이 세대를 아울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 누구나 꿈꾸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백발의 노부부가 일생 해로하며 노년의 삶을 평화롭게 보내는 모습은 눈물겹게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네 삶과 결혼생활이 위와 같지 않아 이런저런 문제들을 야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그 결혼생활이야말로 행복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살아서 경험하는 지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에 있어서 갈등의 원인은 무수히 많고, 그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필자의 생각으론, 결혼생활에서 일단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지혜로운 해결방법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서 갈등의 초기단계에서 해결을 보는 것이다. 역으로, 가장 안타까운 해결방법은 부부가 한치의 양보와 타협없이 끝까지 다툼으로 일관하다가 결국은 가정법원같은 제3자의 손을 빌어 해결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법원의 결정이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가 되는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 당사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미움이나 원망, 감정적 앙금, 악화된 관계까지 해결함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혼명령 (Dissolution Order) 처럼 불가분 법원의 최종선언이 필요한 사항들도 있고, 또한 가정법원에까지 가게 된 배경에는 말 못할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기에, 필자는 그렇게라도 해결하는 것이 갈등을 무한정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번 회부터는 결혼을 시작으로 가정생활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갈등들을 법에서 허용하는 방법들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 보기로 하겠다.
1. 결혼 (Marriage)
뉴질랜드에서 결혼 (* 여기에서는 ‘법률혼’만을 의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근거법은 Marriage Act 1955이다. 또한 Birth, Deaths, Marriages, and Relationship Registration Act 1995라는 법은 출생과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등록’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들을 정하고 있다. Marriage Act 1955에 의하면, (i) 현재 기혼상태가 아니고, (ii) 가까운 친족관계가 아니라면, (iii) 누구나 만 18세가 되면 결혼을 할 수 있다. 한쪽이 만 16세나 17세인 경우에도 부모, 보호자 또는 가정법원의 승인하에 결혼할 수 있다. 이 기준은 사실혼 (De Facto)이나 시민연합 (Civil Union)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물론 각각의 근거법은 따로 있다.
뉴질랜드에는 2005년도에 도입된 시민연합 (Civil Union)이라는 특이한 결혼형태가 있다. Civil Union Act 2004라는 관련법도 존재한다. 시민연합이 법률혼이나 사실혼과는 무엇이 다르고, 2013년에 합법화된 same sex marriage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먼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첫째, 모든 결혼관계 (법률혼, 시민연합, 사실혼)에서 동성간 또는 이성간 결합이 모두 인정된다. 따라서 same sex marriage의 문제는 세가지 결혼형태에서 모두 허용되는 셈이다.
둘째, 법률혼과 시민연합은 등록제도가 있지만, 사실혼에 대한 등록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혼과 시민연합은 가정법원의 ‘dissolu tion order’를 통해서 관계가 종료되지만, 사실혼은 동거상태가 끝남으로써 관계가 종료된다.
셋째, 법률혼과 시민연합의 법적 효과는 대동소이하다. 즉, 세금, 연금, 이민, 양육비, 상속, 친족관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입양법과 판례상 입양의 자격이 ‘법률혼’과 ‘이성간의 사실혼’에만 허용되고, ‘동성간의 사실혼’이나 ‘시민연합’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사실 뉴질랜드의 시민연합과 비슷한 형태의 결혼관계를 인정하는 나라는 핀란드, 독일, 영국 등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필자 역시 뉴질랜드가 왜 2005년에 시민연합이라는 새로운 결혼형태를 도입했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추측컨대 2013에 동성간 결혼이 합법화 되기 전에 동성혼을 사실혼과 구분하여 법제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또한 법개정이나 새로운 판례들의 등장으로 법률혼, 시민연합, 사실혼 간의 법 적용 (특히 권리보호 차원)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사실혼인 경우에는 이혼시 재산분할이나, 사별시 유산분배에 있어서 법률혼이나 시민연합보다 좀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사실혼 관계를 규정하고 보호하는 준거법은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이다.
다섯째, 법률혼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시민연합으로 전환등록이 가능하고, 역으로도 가능하다.
여섯째, 법률혼과 시민연합의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는 중복적으로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률혼과 시민연합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거나, 한사람이 다른 여러사람과 각각의 사실혼 관계를 맺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엔 추후에 어느 한 결혼관계가 종료될 경우 특히 재산분할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생길 여지가 크다 할 것이다.
아무튼 결혼 관련한 법과 제도만 본다면 뉴질랜드는 이민자들에게 다소 혼돈스런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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