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법은 뉴질랜드에서 (1/2)
◆ 이관옥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30회
본 칼럼에선 필자가 로스쿨 재학시 연구과제로 제출했던 문화와 성장배경이 각기 다른 국가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온 수 많은 이민자가 반드시 뉴질랜드 법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뉴질랜드 정부 또한 이민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이민자에게 현지 법률에 대한 지속적은 교육과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자의 소견을 소개할까 합니다. 연구과제의 제목은 “The Cultural Defence: The Immigrants and the Criminal Justice in New Zealand” 입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린 시절,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의지하던 초가집들과 둘러친 담장을 타고 온통 초록으로 뒤덮었던 담쟁이 덩굴… 그리고 해맑게 웃던 어린 동무들. 이처럼 우리의 고향을 떠올리면 수채화속의 풍경처럼 평온함과 포근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제는 순박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때문일 것입니다. 먹거리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콩, 고구마, 자두, 복숭아 ‘서리’를 하여 동무들과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새는 줄 모랐던 기억이 새로운데 지금은 이처럼 남의 물건을 몰래 움쳐다 먹던 풍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한다치면 보상을 요구하거나 경찰서에 가자고 윽박지르기가 일쑤기에 어린 학생들 사이에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양념치킨, 핏자, 냉동식품 등 먹거리가 많아 구지 서리를 통해 먹거리를 얻을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도 시대에 따라 수용되었던 풍습이나 규범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수 십 년 전에는 공원의 분수대에서 웃통을 벗고 멱을 감는 행위가 풍기물란죄(Public Disorder)에 해당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의 오후 오클랜드대학과 접해 있는 알버트공원 분수대를 지나다보면 이따금씩 장난끼 많은 남학생들이 분수대 위에 올라가 앞다투어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더이상 뉴질랜드 사회가 이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게된 것입니다. 이처럼 법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 어떤 시대에는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었다가도 사회의 변천과정에서 금새 사라져 버리기도 하며 어떤 법은 특정한 국가에만 적용되기도 합니다.
범행의도의 부재
어려 명의 부인을 합법적으로 둘 수 있는 국가에서 이민온 술탄이라는 남자는 이곳 뉴지랜드에서 두 명의 여인과 혼인할 수 없습니다. 형사법(Crimes Act 1961) 제206조에 의거 중혼(Bigamy)를 할 경우 최고 7년의 구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반드시 증명되어야 하는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범행의도(전문용어로 Mens Rea함)입니다. 하지만 술탄처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국가에서는 중혼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러 자연스러운 풍습으로 자리했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어 엄격한 처벌을 받게됩니다. 문제는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존재했음을 몰랐다는 것만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영어로 “Ignorance of the law is no excuse.”라 표현합니다. 이유인즉, 현재 세계는 비행기 여행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으로 일일생활권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점을 중시한다면 뉴질랜드가 중혼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사실쯤이야 쉽게 알수 있기때문에 술탄이 일부다처제(Polygamy)를 허용하는 국가출신으로 중혼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관련법의 존재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중엄한 법의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뉴질랜드가 법과 문화가 다른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드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민자가 뉴질랜드 현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행위가 뉴질랜드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실예는 수없이 많을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각 가정이 수용할 수 있는 가정폭력의 강도차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 본 칼럼은 생활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필자의 사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에 대한 법률조언이 아니므로 맞춤형 법률조언은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이관옥(변호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