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컬럼 제 208회
법치주의를 생각하다 – 2편
- 법의 지배, 법치주의란? –이전 컬럼 제 207호
2. 법치주의의 내용
그렇다면법치주의를구성하는구체적인내용물은무엇일까? 수많은개념들이제기되어왔고통일된개념정립도어려운것이법치주의라는용어인데, 그가운데많은국가들에서사회적및법제적합의가이루어진부분들을살펴보는것이이해를돕는가장좋은방법이될것같다.
첫째는 기본권 (fundamental human rights)의 보장이다. 생명과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등 다양한 기본권들이 각 국가의 헌법과 법 체계 속에서 법치주의의 한 축으로서 작동 하고 있다.
둘째는 적법 절차 (due process)의 원칙이다. 법은 형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정당해야 한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법 원칙 만을 강조하고,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다면 온전한 법치라 할 수 없다.
셋째는 권력의 분립 (separation of powers)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는 말이 있듯이, 권력이 한 사람, 소수, 한 국가 기관에 쏠려 있을수록 법치주의나 민주주의는 위협 받게 될 것이다. 권력 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권력이 상호 통제되도록 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사수하는 한 요체가 된다.
넷째는 죄형법정주의(no penalty without a law)이다. 범죄와 형벌을 법정화 해야 하고, 법 없이는 범죄와 형벌도 없다는 원칙이다.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과 그로 인해 보호 받는 법익 간에 서로 형평이 맞아야 한다. 처벌의 목적 자체가 정당해야 하고, 처벌 수단은 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이 밖에도 위헌 법률 심사 제도, 포괄적 위임 입법의 금지, 행정의 합법률성, 공권력에 대한 예측 가능성, 소급 입법의 금지, 대인 입법의 금지, 사적 처벌(보복)의 금지 등의 개념들도 법치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3. 법치주의는 지켜지고 있는 가?
절대 왕정 시대에도 법은 존재하였다. 오늘날 독재 국가에도 민주주의 국가에도 모두 법은 존재한다. 그러나 독재로의 길은 언제나 매혹적인 반면 민주주의로의 여정은 험난하고 멀어 보일 때가 많다. 형식적으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틀을 갖추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통치자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정치 엘리트 계층에 권력이 치우쳐 있거나 법 위에 군림하는, 소위‘人治’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 이란, 러시아, 중국 등은 모두 왕정 국가가 아니다. 심지어 북한의 경우 국호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이다. ‘민주주의 (democratic)’ 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고, 다른 서방 선진국들 못지 않게 기본권을 규정해 놓은 헌법과 법률 체계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제 3자적 시각으로 보았을 때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난망 한 일이다.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거나 인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그야말로 형식적 법치주의, 형식적 민주주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술 맛에 비유하는 학자도 있다. 그만큼 권력에의 유혹은 강렬하기 때문이고, 한번 맛을 보면 빠져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을 해서라도 권력 소유를 연장하려는 시도가 많이 벌어진다. 반대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참으로 어렵다. 누구나 예외 없이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나 우리가 떠나온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어떠한가?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회)의 모습,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모습, 법으로 판결하는 사법부의 모습을 각각 그려 보자. 국회의원들의 행태, 대통령 / 총리의 행태, 공무원들의 행태, 검사나 판사들의 행태, 선거에서 보여지는 국민들의 행태 등등… 여전히 불법과 탈법과 편법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며 칼 춤을 추고 광대 짓을 하는 많은 군상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괴롭고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소수, 법 위에 군림하는 소수, 특권 의식에 사로 잡혀있는 소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법치주의가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아마도 온전한 법치주의로의 길은 마치 종착점이 없는 마라톤처럼 고단한 여정이지만 그래도 모두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에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함께 인내하고 개선하며 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마치 우리들 인생의 고단함 만큼이나 법치주의의 길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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