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컬럼 제 175회
부부 공동재산의 분할 – 1편
1.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법률혼과 사실혼을 불문하고, 두 사람이 결혼관계를 유지하다가 이혼 (separation) 또는 사망 (death) 으로 인하여 그 관계가 종료되는 경우 부부 공동재산의 분할 문제를 총괄하는 준거법은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이하 ‘PRA법’) 이다.
이 법은 2002년 2월 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고, 기존의 Matrimonial Property Act 1976 (‘구법’)을 대체하게 되었다. 구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적용대상을 오직 ‘법률혼’에 국한한 것이었다.
PRA법의 대전제 또는 가정은, 부부 두 사람은 공히 균등하게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하였으므로 그 관계가 종료되면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Just Division). 다만 자녀의 이해관계가 관련되는 경우엔 이 대전제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통상 배우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partner’를 쓰지만, 법률혼 (married 또는 civil union)인 경우엔 ‘spouse’로, 사실혼 (de facto)의 경우엔 ‘de facto partner’로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본 컬럼에서는 편의상 ‘배우자’라는 용어로 통칭하기로 한다.
이하에서는 방대한 PRA법에서 우리가 알아두면 유익할 만한 중요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법률 정보를 드리고자 한다.
2. PRA법은 누구에게 적용되는가?
PRA법은 일단 모든 ‘법률혼’에 적용되다. ‘사실혼’의 경우엔 관계가 지속된 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다만 자녀가 있는 경우엔 예외가 적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본인의 결정으로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를 선택하려는 사람은 이 법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또한 PRA법은 부부가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모두를 망라하며, 이혼의 경우든 사망의 경우든 모든 부부관계의 종료시 적용된다.
이 법은 사망한 배우자의 유언장 (will)의 내용도 뒤집을 수 있는 상위의 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유언장의 특정 내용이 이 법의 원칙에 상치된다면 그 유언장의 내용은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예컨대 부부 간에 지분을 나누지 않고 공동 명의 (joint tenants)로 등기된 집이 있다면 그 집은 한쪽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 ‘survivorship’에 따라 자동으로 생존 배우자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설령 유언장에 그 집에 대한 처분을 다르게 정해 놓아도 (예: 자기 몫이 절반이라고 생각하고 그 몫을 자녀 2명에게 상속한다고 정한 경우)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은행 공동계좌 (joint account)도 마찬가지이다.
3. 사실혼 (De Facto) 관계는 어떻게 성립되는가?
PRA법에서 규정하는 사실혼 관계는 두 사람이 모두 18세 이상이고 부부로서 같이 살지만, 법률혼 관계는 아닌 경우를 말한다.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는 혼인증명서와 같은 공적인 증빙 문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 간에 어떤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을 증빙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i) 관계 지속 기간, (ii) 한 집을 공유했던 정도, (iii) 재정을 합쳐던 정도, (iv) 재산을 어떻게 소유하고 사용했었는지, (v) 성관계를 가졌었는지, (vi) 자녀가 있는 경우 어떻게 보살피고 양육했는지, (vii) 가사를 어떻게 분담했는지, (viii) 일상적인 삶을 공유했던 정도, (ix) 타인들이 두사람을 부부로 인식해 주었는지, (x) 기타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항들.
사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쌍방이 서면으로 언제부터 사실혼 관계가 시작되었는지를 명시하여 작성해 놓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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