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컬럼 제 217회
신상 공개 금지 명령 (Name Suppression) – 2 편
4. 극심한 어려움이나 고난 (extreme hardship) 이란?
신상 공개 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중요한 근거중 하나인 ‘extreme hardship’은 단순한 어려움이나 고난이 아니라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검증 (test)를 요구한다.
즉, 신상 공개의 결과로 발생되는 통상 수준의 어려움이나 곤혹을 뛰어넘는 심각한 고통 (severe suffering)을 유발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판례를 하나 소개하면, 어느 피고용인이 고용주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훔쳤는데, 그는 본인의 신상이 공개되면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받게 될 것이고 일자리를 잃을 뿐더러 심지어 고용주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신상 공개 금지 명령을 신청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5. 신상 공개와 Social Media 의 관계
작금의 social media 의 영향력은 제도권 언론의 그것 못지않게 확산되고 있고, 그에 걸맞는 책임의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extreme hardship’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social media 에 신상이 공개되었을 경우의 피해나 곤경의 초래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판시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컨대 한 정당의 여름캠프에서 벌어진 22 세 청년의 성추행 범죄를 다룬 재판에서 그의 나이, 정신적 건강 상태, 미래 구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신상공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판례에서 법원이 주시한 부분은 이 정치적 행사의 인지도나 대중의 관심 정도를 감안했을 때 아직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의 신상이 social media 에 공개됨으로써 맞이할 수 있는 잠재적 곤경 (potential hardship)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법원은 social media 에 대한 고찰에서 그들에게는 주류 언론들과는 달리 소위 윤리강령(code of ethics)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고충 (불만) 처리 절차 (complaints procedures)도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보가 공정하고 정확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점에도 주목하였다.
6. 신상 공개 결정에 대한 항소
만일 지방법원 (District Court)에서 신상 공재 금지 명령 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는 20 영업일 (4 주) 내에 고등법원 (High Court)에 항소할 수 있다. 하급 단계인 JP 나 Community Magistrates 에 의해 기각된 경우에는 지방법원에 항소하면 된다.
7. 해외에서도 신상 공개 금지 명령의 효력이 미치는가?
만일 해외에서 사건에 대한 내용이 보도되었을 경우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명령의 강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즉, 해당국 내에서만 효력을 미친다. 심지어 같은 영연방인 영국, 호주에서도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8. 신상 공개 금지 명령을 넘어서는 법원의 권한
법원은 신상 공개 금지 명령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적으로 언론의 법정 출입 자체를 금지하고 소송과 관련된 어떠한 보도도 금지시키는 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그 근거로는, 해당 사건의 유명세로 인하여 재판 과정을 공개할 경우 재판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당한 방해/지장을 초래할 것이 예견되는 경우, 국가 안보나 방위에 관련된 경우, 재판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어느 특정인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 법의 정상적인 작동을 훼손할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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