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2)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49회
이번 회에서는 지난 회에서 살펴 본 일반 위임장
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 EPA의 준거법이 되는 Protection of Personal and Property Rights Act 1988 (* 이하 “PPPR Act”) 이 개정됨에 따라, EPA와 관련해서도 다소의 변경이 이루어져 지난 3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도 추후 설명을 덧붙이기로 하겠다.
1. Enduring POA란?
사람의 일이란 알 수가 없어서, 어느 순간 나의 신체상태가 지적 판단력을 상실하는 경우 (loss of mental capacity)가 발생하여 나에 대한 신체적 또는 재산적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될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나의 대리인 (Attorney) 으로 지정하여,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나를 대신하여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맡겨놓는 위임장을 EPA라 한다.
예컨대, 내가 어느 날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경우 나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할지 누군가는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며, 내 재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간단치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일반 위임장 (POA)은 내가 의식이 있고 판단력이 있는 상태에서 잠시 사정이 생겨 내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도록 위임하는 것인 반면, EPA는 갑작스런 사고나 심각한 질병 등으로 인하여 정신장애 또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질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 두는 위임장인 것이다. 또한 평소 정신질환이 심각한 사람이라면, 정신이 온전한 동안 EPA를 작성해 놓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EPA는 다시 나의 “재산”에 관한 문제를 대리할 사람을 지정하는
이 두가지 EPA공히 위임인은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정신적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위임장을 적법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일단 정신적 장애나 심신상실 상태가 되면 EPA를 작성할 수 없으며, 이 때는 법원에 신청하여 명령을 받아야 하므로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미리 작성해 놓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2. Loss of Mental Capacity의 정의
“Loss of mental capacity”라는 영어를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심신상실 (心神喪失), 즉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 정도일 것이다. 또다른 영어표현은 “mentally incapable”로, 그 의미는 위의 설명과 대동소의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 용어는 어떤 종류의 EPA인가에 따라 조금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즉, “재산”에 관한 EPA의 경우 단순히 어떤 사정에서건 위임인 본인이 자기의 재산과 관련된 일을 온전히 관리할 수 없는 정신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후생복리”에 관한 EPA의 경우는 좀더 구체적으로 위임인 본인이 병원치료와 같은 자신의 후생복리와 관련된 문제에 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거나, 그 결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결정의 결과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그러한 결정에 대하여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PPPR Act, 제94조).
어떤 사람이 정신장애 또는 심신상실의 상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이나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qualified health provider)의 몫이며, 이런 판단을 받기 전까지 모든 사람은 정신적으로 정상인으로 추정받는다 (PPPR Act, 제93B조).
3. EPA 대리인의 지정
일반 대리인이든 EPA 대리인이든 간에, 기본적으로 대리인은 본인이 신뢰하고, 본인의 best interest를 위해 역할을 해 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을 대신 처리함에 있어 가능하면 최대한 사전에 위임인 본인에게 상의 (consult) 하여 결정하도록 요구되어 진다. 물론 일반 대리인인 경우엔 이것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가급적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위임인의 best interest에 부합할 것이다.
EPA 대리인의 경우, 위임인이 이미 심신상실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의식을 되찾은 동안을 제외하면) 위임인 본인과 상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위임장에 대리인이 누구와 상의해야 하는지 정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누구와는 절대 상의하지 말도록 정해 놓을 수도 있다. 상의해야 하는 우선대상은 대부분 가족이 될 것이다.
EPA 대리인이 되려면 만20세 이상이어야 하고, 파산 (bankrupt)한 적이나 법원으로부터 일신상 또는 재산적 명령 (personal or property order)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정신적 장애가 없어야 하며 (not mentally incapable),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 역할에 동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 회에서도 계속해서 EPA에 대하여 살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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