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169회
유언장이 없는 경우의 유산 처리
지난 회 컬럼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망자가 유언장을 남겼다면 준거법인 Wills Act 2007에 의거하여 고등법원으로부터 유언장 집행허가 (Probate)를 받아서 유언장에 적시된 대로 유산을 집행하면 된다.
반면 유언장이 없이 사망하였다면 또다른 준거법인 <Administration Act 1969>에 의거하여 고등법원으로부터 무유언장 (No Will – Intestate Estate)에 따른 집행허가 (Letters of Administration)를 받아서 법에 정한 바대로 유산을 집행하게 된다.
1. 신청자격
Administration Act 1969에서 정한 유산집행인 (administrator) 신청자격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순위 – 배우자 (Spouse): 법률혼과 사실혼을 불문하며, 이혼한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공식적인 이혼 (divorce, dissolution)이 아닌, 별거상태에 있더라도 separation agreement가 작성되어 있는 경우이면 신청 자격이 없게 된다.
2 순위 – 자녀 (Children): 피가 섞인 친생 자녀에 국한되며, 입양 자녀는 제외된다. 특히 문화적 또는 관습적으로 이루어진 입양의 경우는 당연히 배제되며, 법적으로 정식절차를 거친 입양의 경우 예외적으로 판례를 통해 인정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쟁점이 되는 영역이다.
3 순위 – 부모 (Parent).
4 순위 – 형제 자매 (Sibling)
같은 순위 내에서도 복수의 신청자가 존재할 경우 다른 모든 이들의 동의 (consent)를 받아야 한다.
2. 유산의 배분
유언장이 없는 경우의 유산 배분 순위와 방법은 Administration Act 1969제 77조에 비교적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아래에서는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1) 배우자만 있는 경우 (망자의 자녀나 부모가 없는 경우): 배우자가 모든 유산을 받는다.
2)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배우자는 가장 먼저 $155,000을 받고, 나머지 유산중 1/3을 받는다. 자녀들은 남은 2/3의 유산으로 균등히 배분받는다.
3) 자녀가 없고, 배우자와 부모가 있는 경우: 배우자는 가장 먼저 $155,000을 받고, 나머지 유산중 2/3을 받는다. 부모에게는 남은 1/3의 유산이 돌아간다.
4) 배우자는 없고, 자녀만 있는 경우: 모든 유산은 자녀들에게 균등히 배분된다.
5) 배우자와 자녀가 없고, 부모만 있는 경우: 모든 유산은 부모에게 돌아간다.
6) 배우자, 자녀, 부모 모두 없고, 오직 형제 자매만 있는 경우: 모든 유산은 형제 자매에게 균등히 배분된다.
7) 위의 모두가 없고, 조부모만 있는 경우: 모든 유산은 조부모에게 돌아간다.
8) 위의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 국가에 귀속된다 (bona vacantia).
3. 유산 분배의 유예
유의할 점은 법원으로부터 유산 집행 허가를 받았더라도 곧장 유산 분배 절차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산 집행 전에 관련 자료나 정보를 꼼꼼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통해 유산의 내역, 유산 수령 자격, 순위 등을 확정해야 하며, 혹시 유산 수령에서 배제된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claim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행인이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인이 알지 못하는 유산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은행과 보험회사 등에 요청하여 정보를 받을 필요도 있다. 필요하다면 사설 agent를 써서 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유산 수령 자격을 따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각종 증명서 (출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사망증명서 등)는 물론, 신청인들로부터 받은 가계도 정보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혹시 모를 혼외자를 찾는 절차도 Department of Internal Affairs 통해 진행해야 한다.
통상 집행허가를 받은 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4. 가능한 이의 제기
유산의 집행은 유족은 물론이고, 망자와 연관있는 사람들에게도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집행인은 모든 사실관계를 확정함에 있어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황에서 유산 집행에 대한 claim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숨겨져 있던 혼외자로부터, 이혼 소송중인 배우자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채권자로부터, 망자와 특별한 관계에서 약속을 받았던 사람으로부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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