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 멀고도 험난한 여정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57회
필자가 이민을 온 2000년대 초에는 뉴질랜드로 이민오는 것이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다. 영어점수도 낮았고, 까다로운 조건들도 별로 없었다. 의지만 있다면 웬만하면 다 이민을 올 수 있었던 시기였다. 소위 ‘점수제 이민’ 뿐만 아니라, 장기사업비자나 가족초청이민 같은 카테고리를 통해서 이민희망자들에게 뉴질랜드행은 훨씬 더 수월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요즘 이민정책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뉴질랜드 정부가 내놓은 변경된 이민정책들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한국인 이민희망자들에게 더 높아진 장벽이 되어버린 게 사실이다. 수년간 이민자의 신규 유입이 미미했던 교민사회는 경제적으로도 침체 내지는 겨우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고, 예전의 활력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던 이민자 수의 동결과 가족초청 이민의 폐지, 중단 또는 축소는 변화된 세태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로서, 이민의 문을 더더욱 좁게 만들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여건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속절없어 보인다. 이럴 때 일수록 좀더 냉철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카테고리를 정하여, 한 우물을 파는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이하에서는 뉴질랜드 정부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이민자 상(像)’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한국인 이민희망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몇몇 카테고리들과, 그에 맞는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드리고자 한자.
1. 이민국가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이민자 상 (像)’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미국 등 전통적인 선진 이민국가들의 이민정책 기조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많다. 이들 국가들도 한참 전에는 소위 ‘3D업종’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특히 소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저임금의 단순 육체노동자들을 들여오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부류의 이민자 유입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중국이나 남태평양 섬나라 출신의 육체노동자들을 많이 받아들여 온 역사가 있고, 그들의 후손들이 여러 대에 걸쳐 정착하고 있음도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근본 목적은 어떤 형태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인력을 받아들여 국력을 키우고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있다. 그것이 신기술이든, 자본이든, 고용 창출이든, 수출에의 기여든, 그 나라에 도움이 되는 선별된 사람들만 받아들여 국가 성장동력을 극대화하려는데 근본목적이 있다. 그리고 해당 정부는 그 필요한 사람들의 범주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정책변경을 통해 반영하게 된다. 동시에 이민자들을 통해 함께 유입되는 이색적인 문화들을 통해, 그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배가시키는 덤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은 “이민 희망자인 나는 이 사회에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예컨대, 그것이 부족직업군에 속한 숙련된 기술이라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나 Work to Residence Category (LTSSL)에 해당될 것이고, 자본의 유입과 관련된 것이라면 Investor 1 & 2 Category에 해당될 것이고, 신기술.고용.수출에의 기여 등이라면 Entrepreneur Work Visa (EWV)를 통한 영주권 취득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은퇴 후의 삶을 꿈꾸는 희망자들에게는 Retirement Category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각각의 category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가를 사전에 가늠해 보면 자신이 이민 신청자로서 적합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반대로 “뉴질랜드는 어떤 이민자를 원하지 않는가?”가 될 것이다.
지난 2010년 없어진 ‘장기사업비자 (LTBV)’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다행히 그때까지 이 범주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분들이 많았지만, 뉴질랜드 정부가 지향했던 이민자들을 성공적으로 선별해 내지 못하고 악용된 경우도 많았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끝내 새로 강화된 형태인 EWV로 재탄생되었다. 즉, 기술, 자본, 수출, 고용창출 등 모든 면에서 기대했던 효과는 미미하였고, 무분별한 영주권 취득의 도구로 쓰인 측면을 간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2012년 폐지된 형제자매초청 이민이나, 작년부터 무기한 중단된 부모초청 이민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관계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범주였으나, 뉴질랜드 경제에의 기여와는 무관한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결국 이런 정책변경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관점에서 아마도 파트너쉽에 근거한 영주권 취득요건도 좀더 강화될 여지가 있지 않나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 이민희망자들이 뉴질랜드 내에서 또는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향한 열망을 가지고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몇차례에 걸쳐 계속될 이민컬럼의 목적은, 뉴질랜드 정부가 추구하는 이민정책 방향과 각각의 category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지원자의 자질과 요건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이민희망자들로 하여금 냉철하고 엄밀한 사전진단의 수단을 제공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못하면서 무리하고 허망한 기대로 귀중한 인생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계신 분들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권고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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