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53회
얼마전 필자는 걸려온 상담전화의 내용을 듣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내용인 즉,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본인이 한국에 있는 어린 조카를 한국에서 먼저 입양한 후 뉴질랜드로 데리고 오면 그 아이의 영주권을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민성 심사가 강화되고 있고 영주권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한편으론 입양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내 마음이 씁쓸하였다.
특히 입양제도의 고유한 취지와 목적을 벗어나,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한 이 컬럼을 읽고 나면 입양 절차가 실제로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반면, 진정성있는 사유로 말미암아 입양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는 이 컬럼이 적절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 입양의 의미
입양 (adoption)의 법적인 정의는, 아이의 양육을 둘러싸고 기존의 관계를 확정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관계로 전환시키는, 복잡한 사회적 및 법률적 거래이다 (adoption is a complex social transaction or legal transfer where existing relationships are irrevocably altered, and new relationships are forming surrounding parenting rights and responsibilities).
쉽게 풀어보면, 입양이란 혈연관계가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것으로, 일단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통해 입양이 성립되면 친생부모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는 소멸되고, 입양부모에게 입양아동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가 이양된다는 의미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태어난 가정을 벗어나, 법적으로 다른 가정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모든 아이는 친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은 대부분 아이가 친부모에 의해 양육되지 못하는 다양한 사정이 있는 가운데 발생된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깊은 내면에 아픔이 내재하고 있으며, 입양된 아이에게는 잘못되면 평생 불행한 인생을 살 수도 있는 엄중한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입양을 결정하는 과정은 친부모나 양부모의 사정과 형편도 살피게 되지만, 아이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보호되도록 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따르면, 입양은 아동의 가장 근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야 한다. 즉, 원가정 보호가 원칙이며, 다음으로 국내입양이 우선 고려되어야 하고, 아동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해외입양이 고려되어야 하며, 시설보호가 가장 마지막 방안이 되어야 함을 뜻한다.
더불어, 입양후 겪게 되는 입양가정에서의 원만한 정착와 재정적 문제, 그리고 특히 해외입양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정체성 혼란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입양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왜 사전에 복잡다기한 변수들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입양은 크게 내 아이을 입양보내는 것 (placing my child for adoption)과 다른 아이를 내 아이로 입양받는 것 (adopting a child for us)로 나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국내입양, 해외입양, 대리모 출산을 통한 입양 등으로도 구분할 수도 있다.
한편, 뉴질랜드와 한국에서의 입양은 각각 국내 준거법과 국제규약 등에 입각한 체계화된 제도를 가지고 있느나, 입양에 대한 문화적 배경, 운용의 역사, 법제도 등에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1881년 영연방 최초로 법적인 입양을 제도화한 나라이다.
2. 한국의 입양제도
한국은 과거 한국전쟁 발발과 그 이후 극심한 가난을 겪는 과정에서 부모의 사망이나 행방불명, 경제적 곤궁 등 다양한 이유로 수많은 아이들이 해외입양의 길로 내몰린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속칭 ‘고아수출 대국’ 또는 ‘해외입양의 큰손’ 등의 오명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 오명은 OECD의 일원이 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벗겨지지 않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이고, 그 외에도 미혼모의 증가, 입양을 꺼리는 문화 (혈통중시 문화), 부모로서의 책임의식 저하,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사회 안정망의 미비 등 다양하다.
한국은 민법, 입양특례법,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등을 근간으로 한 입양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 실제운용을 위해서 입양특례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입양절차를 마련하고,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상담, 교육, 숙려기간, 입양동의, 가정조사, 구비서류 심사, 체험위탁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가정법원의 판결로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입양 후에도 소정의 사후관리 절차를 마련하여 입양아와 입양가정(부모) 간의 상호 적응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입양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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