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렬 회계사의 뉴질랜드 세무상식 컬럼
재고를 어떻게 기록하는가
고객에게 팔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상품, 또는 고객에게 팔기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재료를 재고라고 한다.
재고를 구입하는 경우 아직 팔려나간 것이 아니기에, 사업체의 자산으로 기록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다. 그런데, 이렇게 자산으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상품이 팔려나갈때 재고자산의 금액을 줄여줘야 하는데 (창고에서 물건이 빠져나갔으니까), 이 재고 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이 보통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고가의 상품을 소량 판매하는 경우에는 재고의 구입과 재고의 감소를 그때 그때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명품 의류나 보석상, 차량판매와 같은 업종에서는 신규상품 구입시에 재고자산을 올려주는 기록을 하고, 상품이 판매될 때 팔려나간 상품의 구입금액 만큼 재고자산을 줄여주는 기록을 하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일 수 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식품점의 판매대에서 얼마만큼의 상품이 팔려나갔는지를 매일 집계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 날의 매출액이 얼마였는지는 비교적 손쉽게 알아 낼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숫자는 이러한 매출을 발생시키는데 사용된 (즉 가게에서 팔려나간) 상품의 구입금액이기에, 이를 일일이 집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음식점의 경우라면, 오늘 주방에서 사용된 식자재가 얼마치였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대부분의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재고상품을 구입할 때 자산으로 기록하지 않고 판매를 위한 상품의 구입이라는 비용항목으로 바로 기록을 하는 방법을 쓴다. 이때 사용되는 비용항목을 보통 매출원가 Cost of Sales라고 한다.
[사례1] 북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서목하 씨. 오늘 신규상품을 천불어치 매입했다. 그리고 오늘 매출액은 천오백불이었다. 오늘 하루 서목하 씨의 회계장부에는 매출 천오백불, 상품구입(매출원가) 천불을 기록하였다. 이 기록에 따른 오늘의 순이익은 오백불이고, 현금의 변동금액과 딱 맞아 떨어진다.
구입한 상품을 일단 재고자산으로 기록했다가 상품이 판매되어 나갈 때에 재고자산을 줄이고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옮겨 기록하는 방식에 비해, 구입한 상품을 바로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기록하면 매우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 팔려나가지 않은 상품의 구입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찜찜함이 존재한다.
[사례 2] 지난 회계연도에 서목하 씨가 구입한 상품의 금액은 50만불이었다. 한편, 그 해에 발생한 매출액의 합계는 52만불이었다. 매출 52만불에서 상품매입금액 50만불을 빼고 나면 순이익은 2만불에 불과하다. 일년 내내 열심히 장사해서 제법 돈을 벌었다 생각했는데, 달랑 이만불로 순이익이 계산되다니. 이건 좀 이상한데…
이러한 찜찜함을 보완하기 위한 처리가, 일년 내내 구입한 상품은 일단 비용으로 기록해 나가다가, 1년에 한번 회계연도의 마지막 날(보통, 3월 31일)에 보유하고 있는 상품 (즉 아직 팔려나가지 않은 상품)의 구입금액을 집계하여 그 금액만큼을 일년동안 구입한 상품의 금액에서 빼주는 것이다. 이렇게 집계된 보유상품의 금액을 ‘기말재고 Closing Stock’라고 부른다.
[사례 3] 서목하 씨가 지난 일년간 구입한 상품의 금액이 50만불이었다. 결산 기준일인 3월 31일 밤에 가게 문을 닫고 매장에 남아있는 상품의 재고조사를 해보니 보유하고 있는 상품의 구입금액 기준 평가액이 7만불이었다. 이러한 기말재고 보유금액을 반영하여 다시 순이익을 계산해 보니 [매출 52만불 – 매출원가43만불 = 순이익 9만불]로 집계되었다. 매출원가 43만불은 [상품구입금액 50만불 – 기말재고 보유금액 7만불]로 계산되었다. 일년 동안 50만불어치의 상품을 구입했는데, 연말에 팔려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상품이 7만불어치였으니, 1년 동안 팔려나간 상품의 원가는 43만불이라는 계산인 셈이다.
아무리 1년에 한번이라 하여도, 소규모 사업자가 재고보유금액을 집계하는 일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한 배려로서, 연간 매출액이 130만불 이하인 사업자가, 보유하는 재고의 금액이 만불이하인 경우라면, 매년 기말재고를 집계하지 않고, 전년도의 기말재고금액을 올해의 기말재고 금액으로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는 연간 매출액이 그리 크지 않아도 보유재고의 금액이 만불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예외조항은 주로 카페, 식당 등 요식업을 하는 사업자에 한하여 적용할 수 있다.
구입한 재고를 자산으로 기록해두지 않고 ‘매출원가’라는 비용항목으로 바로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기말 재고조사를 통해 남아있는 재고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의 구입금액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1년 동안 장사하며 손님에게 판매되었든지, 상품에 문제가 생겨 폐기되었든지 혹은 불순한 방문객이 돈도 내지 않고 물건을 집어갔더라도, 이미 상품을 구입한 시점에 비용으로 기록해두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처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례 4] 서목하 씨의 가게에 멧돼지 같은 인상의 수상쩍은 인물이 드나들며 상품을 몰래 집어가는 것을 알게되었다. 뒤늦게라도 파악해보니 그 사람이 일년동안 집어간 물건이 5천불어치나 되는 것 같았다. 상품을 도난당한 것은 속상하긴 해도 이 5천불어치의 상품도난에 대해 추가로 비용으로 기록할 것은 없다. 비록 팔려나가지는 못했지만, 이 상품을 구입하던 날 이미 비용으로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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