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33회
Family Trust (1)
최근들어 교민들께서 가족신탁, 즉 Family Trust에 대하여 문의하시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미법계에서는 Family Trust라는 제도가 일찍이 생겨서 정착된지 오래지만, 대륙법계를 따르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서너차례에 걸쳐Family Trust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 보도록 하겠다.
1. Family Trust 발생
현재와 같이 제도화된 Family Trust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초기 형태의 Family Trust 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다. 그 중 설득력 있는 하나를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중세시대 영국에서는 가장인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고, 그에 따라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상황도 증가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여자들의 교육수준이나 경제관념이 미미했던 관계로, 남편이 전쟁에 나가있는 동안은 물론, 특히 사망하게 되는 경우 그 미망인과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인 남편은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또는 자기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신뢰할 수 있는 지인, 친구 또는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자기의 재산 운영을 맡기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소출을 가지고 자기 가족을 돌보아 줄 것을 부탁하고 떠나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의Family Trust제도에 빗대어 본다면, 가장인 남편은 현재의 settlor (설립자/재산공여자)가 되고, 그의 지인/친구는 trustee (수임자/재산관리자)가 되며, 미망인과 자녀들은 beneficiary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2. Family Trust란 무엇인가
‘Trust’라는 말을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신임관계’ 또는 ‘신탁관계’ 정도가 될 것이다. 즉, 이러한 관계는 (A)라는 사람이 자기의 재산을 (B)에게 맡기고, (C)의 이익를 위해 관리 사용하도록 만든 틀인 것이다.
Family Trust 역시 결국은 settlor (설립자/재산공여자), trustee (수임자/재산관리자) 및 beneficiary (수혜자)로 구성되는 ‘관계 (relationship)’인 것이다.
여기에서 ‘관계’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Family Trust는 법적 실체 (legal entity)는 아니며, 등기제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Trust Deed (정관)를 통해서 존재성과 그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되는, 설립자와 수임자 간의 ‘신탁관계’인 것이다.
또한 이Family Trust는 가족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사적인 ‘신탁관계’인 반면, Charitable Trust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법적 실체’로서 등기가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Charitable Trust는 종교단체, 교육기관, 빈민구제단체, 기타 공익단체 등이 공공성을 담보로, 세제혜택 등의 반사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많이 채택하는 등록 방법이라고 하겠다.
Family Trust를 구성하는 필수요소는 다음과 같다.
1) Deed of Trust (정관) : Family Trust의 헌법적 역할을 하는 문서로서, 그 이름, 인적 구성 (settlor, trustee, beneficiary)과 변경, 수익의 분배 등 재산의 운용방법, trust의 존폐 등을 미리 명시하게 된다.
2) Settler (설립자/재산공여자) : Settlor는 trust를 만드는 사람이자, 자기의 재산을 trustee 앞으로 공여하는 사람을 말한다. 통상 부부의 경우 함께 settlor가 된다. 공여할 재산은 선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정할 수 있다.
3) Trustee (수임자/재산관리자) : Trustee는 settlor가 맡긴 재산을 자기의 이름으로 등기하고, trust deed에 의거하여 그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Trustee에게는 그야말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 (fiduciary duties in good faith)’가 지워지게 된다.
통상 재산을 공여한 부부가 다시 trustee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 변호사나 회계사와 같은 전문인들을 trustee로 함께 선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들을 ‘independent trustee’ 또는 ‘professional trustee’로 부른다. 이들이 실제로 재산관리에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trustee로 선임하는 주된 이유는 trust 운영에 필요한 법적, 회계적 조언을 구하기 용이하고, 또한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과 같은 제3자들에게 trust의 진정성을 증거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4) Beneficiary (수혜자): Beneficiary는 trust에 공여된 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익 (혜택)을 받는 사람을 말하는데, 다음과 같이 세가지 유형이 있다. (i) Primary beneficiary : 가장 먼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로서, 대개는 부부 본인들과 자녀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ii) Discretionary beneficiary : Trustee의 재량으로 추가시킬 수 있는 수혜자로서, 가족 이외의 사람이나 기관도 포함될 수 있다. (iii) Final beneficiary : 만일 trust가 청산될 경우 남은 재산이 있다면 최종적으로 수혜자격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trust deed에 미리 명시하는 경우도 있고, trustee가 최종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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