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Trust – 가족 신탁 4
■ 이중렬 회계사의 부동산 세금 컬럼
백이진 나희도 부부에게는 17살 된 맏아들 하나와, 15살의 둘째 두리, 그리고 이제 막 13살이 된 막내딸 세미 이렇게 세자녀가 있다. 오클랜드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하며 크게 부유하지는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나희도 씨는 자신도 Family Trust를 설립하기로 결심하였다. 가정의 재산을 보호한다기에 어느정도 비용은 감수할 작정이었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고 사업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일들을 의뢰해 오던 가까운 변호사와 상의를 한 후 Trust Deed를 작성하였다. 백이진 나희도 두사람이 Trustees로 임명되었다. 새로이 설립된 Family Trust의 Beneficiary로는 부부 두사람과 세자녀, 그리고 자녀의 미래의 배우자 (아직 모두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와 앞으로 태어나게 될 손자들 그리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지정하였다.
Family Trust의 설립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자신의 재산중에서 성장성이 크다고 생각한 주식 및 투자용 부동산을 Family Trust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체를 통해 가정의 생활비는 물론 조금씩 저축이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Family Trust가 보유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투자이익을 Beneficiary들에게 그때 그때 배분하기보다는 가급적이면 재투자 하여Family Trust의 자산 증식을 위해 노력했다.
Family Trust의 Trustees로 임명된 백이진 나희도 씨는 Family Trust 앞으로 별도의 은행계좌를 개설하였다. 이렇게 개설된 Family Trust의 은행계좌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부 두사람의 공동계좌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가며 사용하였다. 부부의 계좌는 가족의 생활과 관련하여 사용하였고, Family Trust의 은행 계좌는 Family Trust와 관련한 일에만 사용하였다. Family Trust에 대한 별개의 IRD번호를 발급받았고 매년 Family Trust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IRD에 소득세 신고를 처리하였다.
Trust의 투자이익이 Beneficiary에게 배분되지 않고 Trust내에 재투자되는 경우 해당 투자이익에는 33%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Family Trust의 소득세 신고를 통해서 Family Trust의 투자자산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33%의 소득세를 납부하게 되었다. 소득세를 납부하고 남은 투자수익은 다시 수익성 자산으로 유지되었다. 어차피 백이진 나희도 씨의 개인 소득이 각각 연 $70,000을 넘어감에 따라 개인소득세율 33%를 적용받고 있었기에, 33%의 Trust 소득세율이 세무상 불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와 두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였을 때 Family Trust에서 발생하는 투자이익을 가지고 그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한명에게 1년에 3만불의 학비와 생활비를 Family Trust에서 지급해주었다. 하나와 두리에게 배분된 투자이익에는 1인당 연소득 $14,000까지는 개인소득세 최저율인 10.5%가 적용되고 이를 넘어서는 금액에는 17.5%가 적용되었다. 만약 Family Trust를 만들어 두지 않아서 나희도 씨가 직접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하였다면, 이러한 지출에 사용되어질 소득은 나희도 씨의 개인소득세율인 33%가 적용되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나 그들이 50대 중반 무렵이 되었을 때 갑자기 찾아온 경기불황의 여파로 백이진 나희도 부부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다. 부부 소유의 여러 자산을 처분하여 사업체가 지고 있던 빚을 겨우 다 갚고나니 수중에 남은 금액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Family Trust가 가지고 있던 재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설령 사업체가 부도가 났었다 하더라도, Family Trust는 백이진 나희도 부부와는 완전히 별도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가족재산을 잘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업의 실패를 겪은 후 부부가 가진 개인 재산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Family Trust의 투자이익금으로 자신들의 생활비를 충당해 나갈 수 있었다. 이제 60대로 접어든 부부는 한때 Family Trust를 청산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들의 세 자녀는 이제 제법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으며, 손자들도 8명이나 태어났다. 노년의 부부가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만한 생활비를 Family Trust로 부터 지원 받고 있었고 크게 돈쓸일이 더 이상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따라서 굳이 Family Trust가 가진 투자 자산을 처분해서 개인의 소유로 되돌리기 보다는 Family Trust를 계속 유지시키기로 하였다.
이제 자신들의 생활비를 충당하고 남는 이익금은 주로 손주들의 양육비와 학비로 쓰여 졌다. 손자들도 어느덧 자라서 모두 16살이 넘어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손자들에게 지급되는 이익금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적용되는 개인 소득세율이 적용되므로 가장 낮은 세율인 10.5%의 소득세만을 공제하면 되었다 (애석하게도 Beneficiary가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33%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백이진 나희도씨가 행복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후에 Trust Deed의 규정에 따라 세자녀가 Family Trust의 새로운 Trustees로 임명되었다. 새롭게 임명된 Trustees들은 Family Trust의 미래를 심도있게 논의한 끝에 Family Trust를 청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Family Trust의 소유로 되어 있던 투자 자산을 모두 처분한 뒤, 현금화된 자금을 삼등분 하여 세자녀 즉, 하나, 두리 그리고 세미에게 배분하여 주었다. 이익금의 배분이 아닌 투자자산을 처분한 자금의 배분이었기에 이러한 자금의 배분에 대하여는 소득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었다.
세미는 Family Trust의 청산을 통해 배분 받은 자금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모기지를 갚는데 사용하였다. 두아들 하나와 두리씨는 자신에게 배분받은 자금을 가지고 각기 자기 가족을 위한 Family Trust를 새로이 설립하였다. 또다른 Family Trust의 과정이 처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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