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렬 회계사의 부동산 세금 컬럼
단기 보유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과세규정
– Nominee 거래
표준 부동산매매계약서에 구입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곳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들어있다.
Purchaser: and/or Nominee
우리는 이 표현에서 두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and/or’를 우선 이해해야 하며 ‘nominee’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And/or는 국어에는 없는 표현인데, 영어로 된 서류에는 간혹 등장한다: A and/or B 라고 쓰면 (A and B) or (A or B)를 의미한다 (결국 and와 or사이에 있는 /를 or라고 적용하면 된다). And/or의 한국어 번역은 ‘양쪽 모두 혹은 어느 한쪽’이다. ‘오늘 간식으로 사과 and/or 딸기를 드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사과와 딸기를 둘다 먹어도 되고 (‘양쪽 모두’), 사과 혹은 딸기 중에 원하는 한가지만 (‘어느 한쪽’)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nominee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Nominee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지명된 사람을 뜻한다. 헐리우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nominee라고 하면 수상후보로 지명을 받은 후보자를 말하겠지만, 부동산 매매계약의 맥락에서는 피지명자 혹은 명의자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 두가지를 알고 나면 이제 Purchaser: 은정 and/or nominee라고 쓰여진 계약서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계약서에 따른 부동산의 구매자는 ‘은정’ 또는 은정이 지명한 사람(예를 들어 ‘영미’) 또는 ‘은정과 영미’의 공동명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and/or nominee 문구는 부동산 구입계약서에 일단 어떤 사람이 이름을 적고 서명한 다음 명의자를 지명하는 절차를 통해 부동산의 소유자가 될 사람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는 일단 개인이 매매계약서에 서명한 다음에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을 설립하고 최종적으로 주식회사의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이용된다.
이처럼 최초 계약자와 나중에 부동산 소유주가 되는 사람이 다르다면 ‘단기 보유 주거용 부동산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제도’ (Bright-line test: BLT)가 어떻게 적용이 될까?
And/or nominee는 구매자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BLT의 맥락에서 보유기간이 시작되는 기준일을 정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서는 잔금을 치루고 등기를 넘겨받는 날짜 (possession date)를 기준으로 BLT 적용을 위한 부동산 보유기간이 시작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nominee제도를 사용해 부동산의 명의자를 언제 확정하든지 보유기간 시작점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라는 표현이 ‘모든 부동산 거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이지 않은 부동산 거래, 예를 들어 선분양 아파트의 구입이나 미등기전매의 경우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날짜가 아닌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날짜를 기준으로 BLT 보유기간이 계산된다. 따라서 이러한 거래에서 매매계약서에 nominee조항이 포함되었고 이후에 실제로 최종구매자의 지정(nomination)이 이루어졌다면 보유기간의 산정에 유의하여야 한다.
오클랜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정재찬씨. 2015년 10월 1일에 시내에서 분양되고 있는 ‘당잠사 아파트’ 한채를 구입하기로 계약하고 계약서의 구매자란에 ‘정재찬 and/or nominee’라고 기재하였다. 이후 아파트 완공을 앞둔 2018년 4월 1일에 아내 남홍주씨의 명의로 아파트구입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최종구매자 지정을 서면으로 처리하였다. 2018년 5월 1일에 잔금을 치르고 아파트 소유권을 남홍주씨 이름으로 하는 등기가 이루어졌다. 이때 BLT 적용을 위한 아파트의 보유 시점은 언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일까?
아파트 소유주인 남홍주씨가 최종구매자로 지정을 받은 2018년 4월 1일부터 보유기간 산정이 시작된다. 따라서 (2018년 3월 29일부터 적용되는) 5년 보유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만약 정재찬씨가 nomination 절차를 밟지않고 계약서에 표기된 구매자인 자신 이름으로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최초계약일인 2015년 10월 1일부터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2년보유기간의 적용을 받았을 것이고 2018년 5월 1일 아파트 구입후 바로 판매하였다 하여도 BLT에 따른 소득세 부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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