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stee의 책무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85회
한국 이민자들에게 뉴질랜드 법체계 하에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 하나가 ‘trust’일 것이다.
‘Trust’라는 용어를 굳이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신탁’ 정도가 될 것이다. 신탁이란 제3자에게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특정인 (수혜자)들을 위해 운용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예전 컬럼에서 trust와 관련하여 정관, 설립자, 관리자, 수혜자 등의 개념을 설명한 바 있어서 여기서 재차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겠다.
뉴질랜드에는 크게 두가지 형태의 trust가 있는데, 공적인 개념이 강한 ‘charitable trust’와 사적인 개념이 강한 ‘family trust’가 그것이다. 전자는 ‘공익자선재단’, 후자는 ‘가족재단’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 두가지 형태의 trust에는 반드시 trustee라는 ‘관리자’가 선임되는데, 과연 이들의 책무는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trustee이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면 trust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도 어렵거니와, 자칫 법규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혜자로 지명된 사람들에게 갈 것이다.
Trustee에게는 정관이 부여하는 상당한 정도의 재량권 (discretionary powers)이 주어지므로, trustee가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재단 운용의 성패가 갈린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 Trustee의 기본적 책무
(1) Trust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용할 책무 (Duty of Efficient Management)
Trustee는 재단의 근간이 되는 자산 또는 기금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살필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재단 정관 (deed)의 내용을 숙지해야 하고, 일을 수행함에 있어 이에 따르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나중에 새로 선임된 trustee라면 기존의 trustee들이 해오던 일에 대해 빨리 습득해야 하며, 모든 자산의 명의가 본인 앞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Trustee는 기본적으로 재단의 모든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2) 회계 기록의 유지 및 제공 (Duty to Keep and Render Accounts)
Trustee는 재단 자산 운용에 관한 모든 회계 기록을 작성 유지하고, 수혜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Family Trust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재단의 자산이 family home 하나라면 회계기록을 작성 유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하지만 재단의 자산 규모가 크거나, 종류가 다양하거나, 수시로 다른 income이 유입되는 등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면 자격을 갖춘 회계전문가에게 맡겨서 주기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케 하고 납세 문제도 꼼꼼히 살피게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3)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수행할 책무 (Duty to Act Personally)
Trustee는 재단 운용에 관한 모든 일을 타인에게 위임 (delegation)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않을 경우 외부전문가 (experts)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며, 위임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정관이나 법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특정부분에 관해서만 제한적으로 위임해야 하며, 여전히 그에 대해 감독할 책무가 있다.
(4) 충실의 책무 (Duty of Loyalty)
Trustee는 재단을 운용함에 있어 철저히 정관에 의거해야 하며, 자산의 운용도 최대한 수혜자의 이익 (beneficiary’s best interest)을 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trustee는 수혜자들의 ‘현재’의 이익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이익까지 감안한 결정을 해야 한다. 또한 수혜자 간에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Trustee는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단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재단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 (conflict of interests)에도 재단의 이익, 즉 수혜자의 이익을 우선할 책무가 있다. 물론 재단으로부터 받는 급여나 수당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5) 신중히 투자해야 할 책무 (Duty of Prudent Investment)
Trustee Act 1956은 trustee들로 하여금 재단 자산을 ‘투자’ 형태로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단,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투자의 결과로 손해를 끼쳤는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투자 결정의 과정이 적절한 조사 연구를 통해 신중히 이루어졌고, 투자계획에 따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투자로 인해 손실이 발생되었다는 자체로 정관이나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란 항상 손실의 위험을 동반하며, 때로는 예기치 못한 외부변수에 의해 손실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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