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31회
뉴질랜드의 고용법 (7) – 갈등의 해결
어느 나라, 어느 직장을 막론하고, 모든 고용관계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수시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추구하는 이익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도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의 신속하고 원활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법적 또는 제도적으로 다양한 방법과 절차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1. 고용관계 갈등의 주요원인
고용주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은 주로 근로자의 저조한 업무능력 및 기술수준, 사전 통지없는 결근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 회사공금의 사취 또는 유용, 동료들과의 잦은 마찰 및 이로 인한 팀웤의 부재, 용납될 수 없는 언행 등일 것이다.
반대로 근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용주의 고압적인 지시 및 명령, 욕설 등의 비인격적인 대우, 임금 체불, 수당의 미지급, 과도한 작업시간, 작업장의 잦은 이동, 근무환경 개선의 미흡, 부당해고 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부당해고에 대하여는 다음 회에서 별도로 상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2. 갈등해결의 첫걸음
고용관계 여부를 막론하고 모든 갈등의 해결은 ‘대화’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대화를 위해서는 쌍방이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냉철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칫 사소한 갈등 조차도 초반에 과도한 감정이 개입됨으로써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한번 감정이 개입되면 간단한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도 극단적으로 법적인 장치에 의존하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고, 이 경우 당연히 많은 비용과 시간,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대화의 시작은 갈등의 내용 (issues & facts)이 정확히 무엇인지 서로 간에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 (일방적인 것인지, 아니면 쌍방적인 것인지), 그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쌍방은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도 한번쯤 헤아려 볼 필요가 있고 (mutual respect & consideration), 늘상 강조하듯 ‘good faith’를 유지하여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민감한 사항들 (sensitive issues), 예컨대 privacy, 성적인 요소가 개입된 사안들, 가정사와 연계된 문제들, 개인의 명예에 관한 문제 등은 반드시 ‘기밀 (confidentiality)’이 이 유지되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하며, 이로부터 추가적인 문제가 파생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추후에 쌍방간에 오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제3의 증인 (witness)를 배석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각자의 도우미 (support person)를 대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용계약서에는 갈등해결의 차순위 수단들, 즉 중재 (mediation) 또는 조정 (arbitration) 등에 대해서만 규정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이 단계에도 가지 않고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진다.
3. 다음 단계의 갈등해결 방법들
대화로써 갈등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기업혁신고용부 (Ministry of Business, Innovation & Employment – 이하 ‘MBIE’) 산하에 마련되어 있는 장치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문의전화 : 0800 20 90 20)
첫째로, 해당 문제가 근로자의 최소한의 법적 권리에 관한 것이라면 ‘Labour Inspector (조사관)’에게 연락을 취하여 상담할 수 있다. 조사관은 작업 현장에서 기본적인 근로조건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개선요구, 체불임금의 지급명령, 이행각서의 징구, 작업관행의 개선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둘째로, MBIE 산하의 ‘중재 (mediation)’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선임한 독립적인 중재자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중재자는 어느 한쪽을 옹호할 수 없고, 양쪽의 주장과 증거 등을 충분히 수렴하고 일정한 수준의 타협을 권고함으로써,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로, ‘조정 (arbitration)’을 이용할 수도 있다. 즉, 쌍방이 합의하여 조정관 (arbitrator)를 선임하여 결정을 구할 수 있다. 조정관의 결정은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이 있고, 다음 단계에서의 결정에도 반영될 여지가 많게 된다. 마땅한 조정관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AMINZ (Arbitrators’ and Mediators’ Institute of New Zealand)라는 기관에 선임을 의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재나 조정을 통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거나, 어느 일방이 합의 또는 결정된 내용을 번복하는 경우에는 MBIE 산하의 Employment Relations Authority (‘IRA’)에 제소하여 결정을 구할 수 있다. 중재와는 달리, IRA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이에 불복하는 경우 최후의 수단인 고용법원 (Employment Court)을 통한 해결을 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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