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컬럼 제 39회
명예훼손 (3)
이번 회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사유중 마지막 부분인 ‘면책특권 (privilege)’에 대해서 살펴본 후,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을 위한 피해구제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명예훼손에 대한 컬럼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4) Privilege (면책특권)
이 면책사유는 사실 일반인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특별히 이 면책특권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유롭고 공개적인 발언을 보장하고, 개인의 명예라는 사적인 법이익보다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적인 법이익을 강조하는 측면에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면책의 여부는 공표된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not the subject matter itself), 누가, 언제, 어떤 장소에서 그런 공표를 했는가 (occasions on which a statement is made)에 그 촛점을 둔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이 면책특권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절대적인 면책특권 (absolute privilege)’과 ‘조건부 면책특권 (qualified privilege)’이 그것이다.
첫째로 ‘절대적인 면책특권 (absolute privilege)’의 대표적인 예로는, 의회 (상임위 포함)나 법정에서 이루어진 말, 글,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면책특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것을 생중계하는 경우, 그 매체도 면책된다.
또 다른 예로는, 법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서 이루어진 모든 의사소통의 내용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제3자에게 얘기하거나, 그런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실제 증거의 일부로 쓰게 되는 경우에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거나 위증 등의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조건부 면책특권 (qualified privilege)’인데, 이는 일정한 요건이나 자격이 충족되었을 때에 한하여 법령이나 판결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인정되는 면책특권이다.
예컨대 언론매체가 공익적 차원에서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는 경우, 시청이나 시의회 회의장에서 이루어진 발언들, 심판소 (tribunals)에서 이루어진 발언들, 법원이 판단할 때 보호가치가 있는 경우, 회사가 특정인을 고용할 때 reference을 받는 경우, 당국에 정식으로 complaint을 하는 경우, 학교에서 교사-부모 인터뷰를 하는 경우 등은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경우이다.
반면, 이 조건부 면책특권과 관련하여 주의할 사항도 있다. 만일 그러한 발언이나 공표를 한 사람이 악의나 원한 (ill will or spite)을 가지고 한 경우, 또는 부적절한 목적을 위해서나 부당한 이익을 취할 목적 (improper purposes or advantage)으로 한 경우, 또는 잘못된 내용임 (falsity)을 이미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 사실이 있다면, 피해를 입은 사람은 그 중 하나를 입증함으로써 명예훼손에 따른 권리구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5. 명예훼손에 대한 피해구제 방법 (Remedies)
명예훼손에 대한 대표적인 권리구제의 방법은 ‘손해배상 (damages)’ 명령이다. 이는 주로 당사자가 받았을 개인적인 고통과 피해에 대한 위로, 직업적 명성의 훼손 등 실제 발생한 피해의 보상, 실추된 명예의 회복 등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 주어질 수 있다.
이 때 법원은 다음 요소들을 감안하여 손해배상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i) 공표된 내용의 경중 (gravity of allegations), (ii) 공표된 내용의 범위 (extent of publication) – 즉, 간단한 말 한마디에서부터 심각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공표했는가에 이르기까지의 정도, (iii) 공표의 확산범위 (width of publication) –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거나 읽혀졌는가의 정도, (iv) 명예훼손이 일어난 후의 당자사의 현재의 명성 또는 지위 (existing reputation/standing of plaintiff).
두번째는 법원이 특정인에 대해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적인 공표내용이 잘못된 것임을 ‘선언 (declaration)’ 해주는 것이다. 피해 당사자는 이 선언문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원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특정 내용을 바로 잡도록 ‘권고 (recommendation to correct)’ 할 수 있다. 이는 명령 (order)의 형태는 아니다.
특히 언론매체 (블로거 등도 포함됨)에 의해 명예훼손이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의 ‘철회’ (retraction)를 요구하거나 적절한 ‘답변 또는 소명’ (reply)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가 가해자에게 ‘사과 (apology)’를 요구할 수 있는가? 최근 뉴질랜드 법원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jury 재판의 경우 그런 방법을 추천하기도 하고, 방송심위위원회 등도 해당 매체에 사과문을 게재하거나 사과방송을 내보내도록 명령하는 경우는 있다. 다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소송의 양 당사자가 최종 판결 이전에 원만히
합의하는 차원에서 가해자가 적절한 방법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드물기는 하지만 법원에 의한 ‘중지 또는 금지 명령 (injunction)’이 있을 수 있다. 즉, 명예훼손적인 발언이나 글을 그만 두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제수단은 다소 사후약방문 (死後藥方文)과 같은 처방으로, 일단 대중에게 퍼진 다음에는 사실상 엎어진 물처럼 쓸어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 대부분의 구제방법이 사후적 ‘손해배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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