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작성 (1) ◆ 이관옥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15회
부모님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모든 자연인은 천수를 누리고 나면 짧던 길던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살아생전 평생 열심히 땀흘려 모은 자산과 패물 등 뿐만아니라 자신의 육체 또한 온전히 의과대학에 기증하는 사례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본 칼럼에선 망자가 살아 생전에 작성한 본인의 뜻과 소망을 서면으로 작성한 유언 또는 유언장의 의미와 작성 방법에 대해 살펴 볼까 합니다.
유언이란 무엇인가?
유언은 구두로 혹은 문서로 남겨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유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죽기전 자식들 혹은 자손들에게 남기는 다음과 같은 세속적 유언입니다. “너희들은 나의 유지를 받들어 절대로 ㅇㅇ집안사람과 혼인을 해서는 아니되며 형제간에 평생토록 우애있게 살아야 한다” 이처럼 세속적인 유언에는 어떠한 형식이나 내용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남기고 싶은 모든 내용을 자손들에게 남길 수 있습니다.
법률상의 유언은 이와 크게 달라 법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유언장이 작성되어야만 작성자가 죽은 후에 법원의 절차에 따라 법적 효력이 발생하여 망자의 살아생전의 뜻대로 재산분배가 이루어 집니다. 다시말해 법률상의 유언이 법이 정한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망자의 뜻과는 전혀 달리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유언이라 함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법률상의 유언(또는 유언장)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왜 유언을 남겨야 할까요?
왜 유언을 남겨야 하는가?
호랑이는 죽으면 새끼들에게 용맹함을 사람은 죽으면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살아생전 그토록 다정다감했던 형제자매간의 우애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온데간데 사라지고 물욕으로만 가득차게 되어 끝내 법정싸움까지 비화되는 일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되도록 방치된 데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임도 있다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살아생전 유언장을 작성하여 잘 보관해 두었다면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는데도 철저한 준비를 해두지 못했기때문입니다. 유언을 남겼다고 하여 망자의 뜻대로 모든 일이 유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일단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춘 유언을 남기면 불필요한 법정싸움까지 치달아 자손들의 귀중한 돈과 시간 그리고 더욱 중요한 형제자매간의 우애까지 크게 손상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유언장을 작성해야 할까요?
언제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는가?
한국의 경우 사후의 일에 대해서 논하는 것 자체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일찍부터 유언장을 작성하여 만일의 사태를 준비하고 재산 분배와 같은 문제들을 미리 계획하여 둠으로써 위에서 말씀드린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합니다. 필자 또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 성인병뿐만아니라 원인 모를 병마로 혹은 삶의 무게로 인해 제대로 의사의 검진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때를 놓쳐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많은 이들과 망자의 뒤에 남겨진 가족과 그들의 슬픔을 보게됩니다. 망자의 장례비용 문제와 재산의 분배문제로 이러한 가족의 슬픔 위에 치유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재앙을 안긴다면 이는 분명 망자의 잘못일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는 나이는 18세부터 이지만 16세에서 17세 까진 지방법원의 허가를 받게되면 가능합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함께 살면서 일가를 이루게 되면 자연히 사후에 남기고 싶은 재산도 하나 둘씩 생기게 되므로 이때부터 유언장의 필요성을 실감해야 하며 자녀가 태어났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언장을 작성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 본 칼럼은 생활법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필자의 사적인 견해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에 대한 법률조언이 아니므로 맞춤형 법률조언은 가까운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이관옥(변호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