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보호 (Asset Protection) 1 ■ 이완상 변호사의 법률 컬럼 제 67회
1. 머릿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때론 신앙이나 신념, 가치관, 사랑 등 다른 것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람의 목숨마저 쉽게 생각케 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은 바로 ‘돈’이다. 사람은 바로 그 ‘돈’ 때문에 자기 부모도 죽일 만큼 사악해 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지키는 일 못지않게, 자기 재산을 지키는 일에 매우 민감하다. 사람은 도통 믿을 수 없고, 돈이나 재산만이 자기와 가족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부터는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체계적으로 자기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돈, 재산, 자산 등의 용어는 각기 조금씩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편의상 동의어로 간주하여 혼용토록 하겠다.
사실 자산의 보호에 최적화된 룰은 존재할 수가 없다 (no golden rule). 개인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는 없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도 많다: (i) 미혼(혼전)인가 기혼인가 (사실혼 포함), (ii) 별거 또는 이혼 상태인가, (iii) 부모 또는 자녀가 있는가, (iv) 생전이냐 사후냐, (v) 재산의 소재지가 한국이냐 뉴질랜드냐, (vi)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구성 및 규모, (vii) 개인적인 선호방법 (예: 안전성/수익성, 부동산/현금자산) 등 실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들과는 달리,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다른 법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변수들을 감안하여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어떤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또한 여러가지 방법을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킬 수도 있을 것이다.
2. 혼전계약서의 작성 (Prenuptial Agreement)
초혼이든 재혼이든 간에 이미 개인(개별)재산 (Separate Property: SP)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방법중 하나이다. 개인재산은 본인이 스스로 조성한 재산, 유산이나 사전증여로 받은 재산, 이전 혼인관계에서 취득한 재산 등이 포함될 것이다.
혼전계약서 작성의 주된 목적은, 두 사람이 혼인관계 (법률혼, 사실혼 불문)를 유지하다가 헤어지거나 사별을 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자신이 혼전에 보유하던 재산을 보호하고 어떤 재산적 claim을 미연에 차단하는데 있다.
The Property (Relationships) Act (이하 ‘PRA’) 하에서는 혼인관계가 시작된 이후에 조성된 재산을 부부 공동재산 (Relationship Property: RP)으로 분류하여, 혼인관계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원칙적으로 절반에 대한 몫을 인정하고 있다 (equal sharing regime).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인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이 원칙은 분쟁 발생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혼전에 조성된 개인재산에는 이 분할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인재산이 법적인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다. 예컨대 개인재산인 집을 수리하는데 파트너가 기여한 부분 (금전의 제공, 노동의 제공 등)이 있다면 헤어질 때 파트너는 재산분할의 몫에 그런 부분을 포함할 것을 요구할 수 가 있다. 처음에는 완전한 개인재산이었지만, 혼인관계 중에 공동재산화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것은 각자가 혼인관계에 들어가기 전에 개인재산의 구체적인 내역,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의 보상 또는 보전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된 혼전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라 할 것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이혼율 및 재혼율이 증가하는 시대, 사람의 수명이 나날이 증가하는 시대엔 일생동안 여러 번의 혼인관계를 맺을 확률도 증가하기 때문에 개인재산 보호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하겠다.
3. Contracting Out
위에서 언급한 PRA법에서 정한 원칙들 (예: equal sharing of relationship property)의 적용을 배제시키는 것을 소위 ‘contracting out’이라 한다. 즉, 양 partner가 합의 하에 어떤 재산을 공동재산 (RP)에 포함시킬지, 그것들을 어떻게 분배할지, 또는 어떤 재산을 개별재산 (SP)으로 구분하여 남겨 놓을지 등을 정할 수 있다.
Contracting out은 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든, 관계중이든, 관계가 종료된 후에든 아무 때나 할 수가 있고, 관계의 형태가 marriage냐, civil union이냐, 또는 de facto냐와 상관없이 가능하다. 이contracting out 문서가 법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1) 서면으로 작성하여 양 당사자가 서명해야 하고, (2) 각 partner는 서명하기 전에 별도로 각자의 변호사에게 적절한 조언을 받아야 하며, (3) 그 합의문의 효력과 의미 등에 대해 설명을 한 변호사의 (witness로서의) 서명도 필요하다. 주의할 것은 어떤 일방의 partner도 상대 partner에게 contracting out을 강요할 수 없으므로, 상호간에 원만한 합의를 통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때는 관계가 지속된 기간이나 자녀가 있는지 여부 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만일 한쪽 partner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문이라면 나중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partner의 신청으로 법원에 의해 강제 조정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다음 회에서도 자산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하여 알아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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