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통통한 희귀 앵무새 카카포, 곰팡이 때문에 멸종 위기
뉴질랜드서 곰팡이 감염으로 7마리 폐사…생존 개체의 5분의 1 감염 의심
뉴질랜드에 200여 마리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종 앵무새 ‘카카포’가 곰팡이 감염으로 또다시 멸종 위기에 처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뉴질랜드에서 카카포 7마리가 ‘아스페르길루스증’이라는 병으로 폐사했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은 통상 폐가 곰팡이에 감염돼 생기는 병이다.
날지 못하는 야행성 조류인 카카포는 뉴질랜드 토종으로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앵무새 종이다.
현재 확인된 개체 수가 214마리에 불과한 멸종 위기종이다.
과거에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볼 수 있었던 카카포는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유해 해충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 중반 한때 개체 수가 50여 마리까지 줄었다.
이후 환경 당국의 지속적인 보존 노력 덕에 소폭이나마 개체 수가 늘기 시작했지만, 이번 감염병으로 다시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카카포의 아스페르길루스증 발병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4월 말이다. 이후 전체 개체 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36마리가 진찰 및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으로 보내졌다.
지난 11일에는 오클랜드 동물원에 서식하던 생후 100일 된 새끼 카카포가 숨을 거두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과학자와 자연관리원,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이 팀을 구성해 카카포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클랜드 동물원의 수의과 책임자인 제임스 채터턴 박사는 “지금 살아 있는 카카포가 모두 죽을 수도 있다. 종 보존을 위해 한 마리 한 마리가 소중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이 병에 걸린 카카포를 발견하고 치료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당국은 헬기까지 동원해 카카포를 남섬의 동물병원으로 옮겨 감염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결과 감염이 확정되면 장기간 집중 치료가 불가피하다.
카카포가 또다시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전 세계에서 기부금도 쇄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만 뉴질랜드 달러(약 7천800만원)가 모금됐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답지한 것이다.
유지니 세이지 뉴질랜드 환경 장관은 현지 온라인 매체 ‘스터프’와 인터뷰에서 “카카포가 숨을 거둘 때마다 우리 모두 슬픔에 빠질 것”이라며 카카포의 조속한 쾌유와 생존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