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식 민달팽이…주택난에 ‘이동식 주택’ 인기
부동산 대책 효과 미미해…친구나 가족의 집 한 쪽에 이동식 주택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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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은 물론 임대도 쉽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이동식 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대도시들이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과 저조한 신규 주택 공급으로 인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자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임시방편으로 컨테이너, 텐트, 자동차 등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친구나 가족 소유의 땅 한 켠에 비좁은 이동식 주택을 설치하는 방법이 인기다. 이로 인해 뉴질랜드에서 이동식 주택 시장은 지난 몇 년간 4배나 성장했다.
이동식 주택 사업체 드림타임캐빈스의 책임자인 셰인 섀빌은 “주 고객층은 일반 주택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5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래 오클랜드 등 여러 지역에 걸쳐 매년 40%나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자가를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일주일에 적당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이동식 주택을 부모님 댁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오클랜드 외에도 왕레이, 해밀턴, 타우랑가 등에서 주택 수요가 넘쳐난다.
이동식 주택 공급업체인 하우스 미에서는 지난 3년간 이동식 주택 제작이 4배나 껑충 뛰었다. 하우스 미의 국내 세일즈 매니저인 브라이스 글로버는 이에 대해 “주택난이 주된 원인이지만, 소형 주택 트렌드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에 속한다. 최근 발표된 ‘데모그라피아 국제 주택구입능력 조사’에 따르면 오클랜드는 세계에서 7번째로 집값이 비싼 도시였으며, 뉴질랜드의 3개의 주요 도시가 모두 집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에 저신다 아던 총리가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고 주택 공급 대책인 ‘키위빌드’를 내놓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키위빌드는 본래 올해 6월까지 1000채의 주택을 공급하려 했지만 지난달 정부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고 300채로 목표치를 조정한 바 있다.
키위빌드는 향후 10년간 1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계획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12일까지 62채만이 완공된 상태다. 이에 대해 아던 총리는 “비록 단기 목표 실현은 어려워졌지만 장기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