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인류세의 다음을 상상하다
1. 갤럭시 : 남반구의 하늘
백미이자 별미는 천문(天文), 별자리다. 별이 빛나는 밤의 형세가 영판 딴판이다. 일단 북극성부터가 보이지 않는다. 문장에서 즐겨 구사하던 ‘북극성’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어디까지나 북반구 사람의 반쪽짜리 감각이었던 것이다. 밤하늘의 G7, 북두칠성 또한 부재하다. 대신하여 G10, 열 개의 별이 크로스를 이루는 남십자성이 반짝거린다. 과연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등 남반구 나라들의 국기에는 남십자자리가 새겨져 있다. 스물 한 개의 일등성이 모두 맨눈으로 보이는 것 또한 비단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해서만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 은하의 중심이 남쪽 하늘에 있어서다. 비로소 나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밝은 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갤럭시의 중심을 향하여 밤하늘을 우러러 보게 된 것이다. 굵직굵직하고 큼직큼직한 별들 사이로 무시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그렇게 지구별이 태양을 한 바퀴 돌아 2019년 한 해가 저물었다.
2. 아오테아로아 : 깊은 미래
▲ 호주 산불 위성 사진. ⓒWiki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