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회앞 방역규제반대 시위대, 4주만에 강제해산
뉴질랜드 경찰이 1일 (현지시간) 국회의사당 앞에서 캠핑을 하며 코로나19 방역규제에 반대하는 장기 농성 시위를 계속해 오던 시위대를 진압 장비와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시위 중에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해산한 초유의 강제해산 작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은 국회의사당 앞의 거리를 봉쇄하는 데에 사용된 300여대의 승용차, 승합차, 트럭 들을 모두 견인해 제거했다. 이번 차량 봉쇄 시위는 캐나다에서 시작된 트럭운전사들의 시위를 모방하면서 뉴질랜드 전역에서 일어난 유사 시위 가운데 하나이다.
경찰은 1일 새벽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확성기로 시위대에게 의사당 관내를 불법 침입했다고 알리고 시위대가 거주해 온 천막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는 경찰 헬기가 선회하며 현장을 감시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반항하면서 최루가스에 대항해 우유로 눈을 씻어내며 항의했다.
경찰은 이 날 오전 중에 60명을 체포하고 현장을 평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시위대는 합판으로 급조한 방패와 쇠스랑을 들고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뉴질랜드의 시위는 전국적으로 정치적 긴장상태를 몰고 왔다. 저신다 아던 국무총리는 행사 때마다 몰려 드는 시위대에 대처하기 위해 경호부대를 계속 증원해야 했다. 지난 주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랬다.
뉴질랜드의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금까지 시위대와의 면담을 한결같이 거절했다.
지난 주에는 시위대원 한 명이 승용차를 몰고 경찰 저지선을 돌파해 경찰관들이 차에 치일뻔 했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배설물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132명을 체포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여러가지 죄목으로 구속했다.
이번 시위는 잘 조직된 농성시위로, 의사당 밖 잔디 밭에 텐트들을 치고 간이 휴대용 변기들과 기증받은 식품들, 잔디밭이 비로 진흙탕이 될 경우 깔고 잘 엄청난 분량의 짚단까지 반입했다.
시위대는 심지어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기르고 육아용 텐트도 세웠으며 임시 샤워시설까지 해놓고 장기전을 유지할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한 때 트레버 말라드 국회의장이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들을 일제히 켜고 가스 배리 매닐로의 노래들을 시끄럽게 틀어 이들을 내쫓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뉴질랜드는 방역에 성공적이었다가,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최악의 감염을 보여왔다. 1일 기준으로 하루 신규확진자가 거의 2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오미크론 감염의 정점이 지나면 방역 수칙과 각종 규제조치를 해제하기 시작한다고 공지했었다.
현재 뉴질랜드의 백신 접종은 국민의 77%가 2회차까지 접종을 마친 상태이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엄격한 국경 통제와 봉쇄 조치로 인구 500만명 가운데 100명 미만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방역에 성공했다가 최근 오미크론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