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바다의 ‘낯선’ 열대어들…더워진 해수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남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뉴질랜드 바다에서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열대 물고기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질랜드 국립 매시대학교의 해양 환경학자인 아이린 미들턴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왓츠 댓 피시 뉴질랜드?'(What’s That Fish NZ?)에는 최근 인근 바다에서 서식하지 않던 다수의 어종을 목격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잠수부나 어부, 작살 사냥꾼 등이 뉴질랜드 인근 바다에서 촬영한 어류 중에는 뎀젤피시(열대 자리돔), 놀래기(wrass), 쥐치무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뉴질랜드 환경보호부(DOC)는 자국 근해에서 연간 15마리 미만만 확인되는 어종을 ‘부랑자 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물고기가 부랑자 종에 해당한다.
이들 어종은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와 호주, 멀게는 1만㎞나 떨어진 일본 근해에서 서식하는 것들이다.
하이난섬 인근 바다에서 촬영된 뎀젤피시
바다에 이상고온이 나타났던 지난해에는 호주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그루퍼’ 등 열대성 어종이 3천㎞나 떨어진 뉴질랜드 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수온이 올라가면 남섬 넬슨 등지에는 엄청난 수의 해파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열대 어종 새끼들은 통상 수온이 올라가는 계절에 뉴질랜드 근해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수온이 내려가면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뉴질랜드의 찬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도 하는 종이 나타나고 있다.
미들턴 교수는 “가장 흥미로운 종은 이곳에서 월동하며 성체 크기로 성장하는 것들”이라며 “번식하는 종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가 곧 토착종과 외래종의 상호작용이 본격화하는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난화로 인한 외래종의 이주는 어류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뉴질랜드 국립대기환경센터의 고래 생물학자인 크리스타 후프먼은 “남극권이 원서식지인 레오파드 바다표범은 이제 뉴질랜드 바다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그 수도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이제 토착종으로 재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물 종 분류를 담당한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6년 사이에 6종의 새로운 조류가 ‘부랑자 종’ 리스트에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