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주인공 영화 ‘그들은 우리다(They Are Us)’ 제작 놓고 논란
뉴질랜드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사건의 영화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 11일 할리우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그들은 우리다(They Are Us)’ 제작 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던 총리는 2019년 3월 15일 51명의 희생자를 낸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극우주의자 테러 사건 후 사건 수습과 국민들이 입은 상처 치유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논란이 되는 영화의 제목은 아던 총리가 테러 사건 후에 했던 말로도 유명하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출신 감독 앤드루 니콜이 만드는 이 영화는 테러 사건 후 아던 총리가 화합의 메시지로 뉴질랜드를 하나로 묶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아던 총리 역에는 호주 배우 로즈 번이 캐스팅됐다.
하지만 뉴질랜드 무슬림 사회는 영화 제작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분노를 표시했다.
뉴질랜드 전국이슬람청년협회(NIYA)는 이슬람 단체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추진되는 ‘백인 구세주’ 영화라고 비판하며 영화 제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NIYA가 영화 제작을 막기 위해 시작한 청원 작업에는 14일까지 6만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도스 쿠라안 NIYA 공동 회장은 테러 공격으로 직접적 피해를 본 사람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며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는 피해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던 총리는 14일 한 방송에서 영화 제작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 그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영화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제작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청원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런 영화를 만드는 건 시기상조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한 발 더 나가 영화를 어디에서 찍는지 알 수 없지만, 제작팀이 크라이스트처치에 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인은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모든 게 무슬림 사회 요구대로 흘러가는 듯하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추이에 한층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국민당 주디스 콜린스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사건의 영화 제작을 취소하라는 요구는 있을 수 없다며 “뉴질랜드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다.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 제작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제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얘기하지도 않았잖아. 우리를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자유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 돈을 써서 무엇을 할 때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많은 사람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